[청소년연재소설4] 다섯걸음

군산시민연대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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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걸음


어제 너무 좋은 꿈을 꿔 나도 모르게 늦게 일어 났다. 

원래 대로라면 7시에 일어나 화장 안 한듯 한 화장을 하고 안 꾸민듯 꾸민 옷을 입고 모든 준비를 맞추고 청암산에 가야하는데 8시에 일어나고 말았다. 남자에게 1시간은 별로 안커보이겠지만 여자에게는 황금같은 시간이 날아 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코리안타임을 싫어 한다. 약속보다 30분 일찍 나가 기다리는 것을 선호하고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집에서 청암산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나에겐 한 시간밖에 없다. 

씻고 화장하고 옷갈아 입고 물건 챙기고 나가려면 무언가는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화장을 포기할까?' 생각하지만 그건 말도 안된다. 그럼 '옷을 대충 입을까?' 생각하지만 이것도 말도 안된다. 씻는데 20분 걸린다고 생각하면 머리 말리고 30분정도 시간이 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그렇다면 비장의 수법으로 씻는것을...이런 잡다한 생각을 하는 사이 벌써 5분이 지나갔다. 그러던중 은지에게 전화가 왔다. 통화 너머로 머리 말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은지는 이제 준비 다 했고 옷만 갈아입으면된다고 한다. 한 시간 전에 일어나서 준비를 거의 마친것이다. 나는 속으로 '이 요망한 기집애 얘는 플로깅을 하려는 건지 뭘 하려는 건지' 생각하며 시계를 봤다. 은지에게 당했다. 그 사이 10분이 더 지나간 것이다. 이제는 머리 감을 시간도 없다. 그래도 화장과 옷은 포기 할수 없기에 씻으러 들어갔다. 은지도 꾸미고 오는데 그냥 갈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익혀온 모든 스킬을 발휘하여 9시 10분까지 간신히 맞출 수 있었다. 물건을 챙기고 부랴부랴 출발하여 청암산에 도착했다. 은지는 청암산 입구에 기다리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아직 인듯 싶었다.

 

그래도 은지도 생각은 있는 듯 등산하기 좋게 입고 왔다. 인스타에 올렸던 준비물도 잘 챙겨 왔다. '역시 내가 친구 보는 눈이 있단 말야.' 속으로 생각했다. 은지와 짧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디서 많이 본 남자아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좀 더 가까워 졌을 때 깜짝 놀랐다. 재훈이였다. 재훈이는 잘생겼다. 그런데 좀 이국적으로 생겼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벌써 키도 크지만 우리와는 다르게 서양사람 같은 느낌을 풍기고 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친구가 많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이 조금씩 따돌리기 시작했다. 그것 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학교 안에 남자 애들은 이상한 서열을 매겼는데 공부로가 아닌 싸움으로 서열을 매겼다. 그런 아이들은 일진이라는 무리를 만들고 작게 크게 말썽을 부리면서 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일진 중 서열 1등이 사귀던 여자애가 헤어지려고 하는데 그 일진이 헤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여자애는 재훈이가 좋아서 그런거니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뒤로 일진 애들과 재훈이의 관계는 좋지 못했다. 하지만 재훈이는 벌써부터 키가 180이 넘었고 체격도 좋아서 일진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일진들은 끈질기게 재훈이를 괴롭혔고 학교에서 본 재훈이의 몸에는 은근히 상처가 많았다. 소문으로만 듣던 재훈이가 오늘 나올지는 몰랐다. 그러다보니 많이 놀랐고 나도 모르게 표정에 표출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은지는 철없게 내 팔을 치면서 꺅꺅 되기 시작했다. 오늘 나오길 잘했다면서 좀 더 일찍 일어나 좀 더 공들여 화장을 했어야 하는데, 옷은 너무 수수하게 입고 왔다, 자기 머리스타일 어떠냐며 부산을 떨었다. 은지의 행동으로 내 걱정은 이미 군산을 넘어 미국까지 날아갔고 왜 걱정을 했는지 한숨까지 쉬고 있었다.

 

오늘은 별 일 없이 끝이 날 것 같다 생각이 들 때 '줍줍2022'님 같아 보이는 사람이 멀리 보였다. 오늘은 놀라는 일이 너무 많다.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온 거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캡 모자에 썬글라스, 마스크, 옷은 청바지에 스타일이 뭔가 오늘과 어울리지 않았다. 썬글라스도 우리 아빠하고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목소리는 이상하게 내리 까는데 우리하고 나이는 비슷할 거 같다. 나를 알고 있는 듯 싶기도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그러고 플로깅 할 거냐고 물었더니 당당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일순 당황 하였지만 불가능 한건 아니기에 그러려니 넘겼다. 

10시가 됐고 10분이 더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아 우리는 시작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플로깅은 시작 됐다. 하지만 말이 플로깅이지 솔직히 등산이다. 등산로를 그대로 다니면서 사람들이 당이 떨어지거나 쉬고 싶을 때 먹는 간식거리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줍는 것이다. 오늘은 청암산의 등산로를 이용할 예정이다. 청암산은 수변로, 구불4길, 구불5길, 등산로가 있다. 청암산은 높진 않아도 8km 정도의 정상을 찍고 오는 등산로 코스가 있다. 이것도 나름 2시간짜리 코스이다. 그렇게 올라가기 시작한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쓰레기가 나왔다. 아무렇지 않게 버려져 있는 핫브레이크 봉지는 바닥에 버려져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주어 구비해온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일단 내가 봉투를 손에 들고 그것에 다 담기면 다른 사람의 봉투에 넣기로 했다. 나름의 산공기를 느끼면서 걷는다는 건 너무 좋았다. 시원한 바람을 들이키고 가슴 깊숙이 돌려 다시 밖으로 내 뱉을 때 느낌이 너무 상쾌하고 좋았다. 피톤치드가 나의 피로를 전부 갖고 나가는 느낌이었다. 아직은 코스가 별로 가파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은지는 눈을 반짝이며 재훈이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었다. 오늘 '나하고 이야기 하는 걸 기대했다고 했던 애가 지금 저기 멀리서 남자 뒤꽁무니를 따라 다닌다니..이런 배신자'라고 생각하며 걷는데 줍줍2022님이 말을 걸어왔다.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네요."

"그니까요 이렇게 많을 줄 몰랐는데, 정말 다들 무슨 생각으로 등산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자기 건강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환경은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니 정말..."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은지가 슬슬 내 쪽으로 뒤쳐지기 시작했다. 나도 걷다보니 경사가 슬슬 높아지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줍줍2022는 우리를 앞질러 올라가기 시작했고 나와 은지는 뒤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쓰레기는 이미 앞에서 모두 줍다보니 쓰레기봉투도 앞으로 갔다. 우리는 오늘 정말 등산만 하러 오게 되었다. 우린 서로 밀고 당기며 그래도 청암산 정상에 올라가게 됐다. 거기서 각자 싸온 물을 먹었다. 그러던 중 줍줍2022님이 챙겨온 오이와 간식을 먹으며 배를 채웠다. 아침도 먹지 않아서 그런지 평소에 잘 안 먹는 오이가 그렇게 맛있었다. 초콜렛도 몇 개 먹고 우리는 다시 산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

 

 5월의 추천 책(김우섭 한길문고 점장)

 

 

스페이스 보이 / 박형근 / 나무옆의자

 

 모든 기억을 잊기 위해 난 여기 있어. 모든 것을 깨끗이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현기증, 매스꺼움, 구토. 그래도 이 모든 게 견딜 만했어. 왜냐하면 현실로 돌아가는 것만큼 구역질나지는 않았거든. – 본문의 내용 중에서 -

주인공으로 하여금 현실(지구)에서부터 벗어나게끔 만들었던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라는 궁금증으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스페이스 보이. 우주에서의 생활을 담은 에피소드가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일거라 생각했지만, 우주에 도착한 주인공이 한 외계인을 만나며 벌어지는 기막힌 체험을 책의 중반부까지 소개한다. 어딘가 익숙한 장소, 언젠가 만났었던 사람들 과연 이곳이 우주일까? 놀이공원, 맥도날드, 스케이트보드, 일렉기타 등 현실세계와 흡사한 세트장? 대체 이곳은 어디란 말인가.

 

여자 MC는 내게 어떻게 이런 용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냐고 물었어. 우주에 갔다 오면 수명이 10년 정도 준다는 연구도 있다면서 말이야. 그녀는 내게 말했지. 내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줬다고. 온통 나에 대한 칭찬뿐이야. 그녀가 다시 날 바라보며 물었지.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로. “A형이라고 들었는데 그토록 대담한 이유가 뭐예요?” 그제야 느꼈지. 아, 드디어 빌어먹을 지구에 돌아왔구나. – 본문의 내용 중에서 -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우주에 갔던 주인공이 외계인과 만나며 더 많은 것을 기억하게 되고, 무언가 특별한 능력을 얻은 체 지구로 귀환한다. 모든 신문 일면에 자신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일약 대스타가 되어서. 대형기획사와 계약하고, 광고, 토크쇼, 심지어 연애 상담 프로그램 까지. 한 시도 쉬지 못하고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정 속에 점점 내가 아닌 내가 되어가지만 그 안에서도 자기 스스로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들이 이 책의 후반부 내용이다.

 

신박한 소재로 현실비판, 자아성찰, 조금의 로맨스를 모두 담고 있는 이 소설. 특별히 전반부에 던진 복선을 하나씩 회수해 나가며 아, 이래서 그랬던 거구나. 느낄수 있는 유쾌한 소설. 일기형식의 내용과 1인칭이지만 마치 대화하는 듯한 독특한 내레이션이 가독성을 높인다. 주인공은 30대지만 10대의 감성을 잘 표현한 책이라 느꼈기에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 박서련 / 창비

 

"당신은 지금 죽을 운명이 아니에요."

"내 운명에 대해 알아요?"

"그럼요 당신은 마법소녀가 될 운명이에요."

 

화요일 새벽 세시 사십일분(3:41) 주인공은 마포대교 위에 서있다. 가능한 한 폐 안 끼치고 죽기 위해서. 왜? 카드값 300만원을 갚을 여력이 없어서.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여러 군데 지원도 하고 면접을 봤지만 면접관에게 들은 말이라고는 "그 나이까지 뭐 했어요? 이력서 보니까 별거 안 하셨는데 어떻게 나이가 스물아홉이나 돼요?"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에게 어느 한 여자가 다가온다.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예언의 마법소녀 아로아입니다." 예언의 마법소녀에 말에 의하면 주인공이 사상 최강의 마법소녀인 시간의 마법소녀가 될 거라고. 그렇게 주인공이 시간의 마법소녀가 되어 승승장구 할 줄 알았지만 반전의 반전이 있는 스토리.

 

"흔한 얘기인걸요, 세계를 구하고 본인은 망하는 거."

지구멸망으로부터 인류를 구해라, 신용카드를 손에 쥔 미지의 마법소녀 등장!

 

어릴 적 보았던 세일러문이나 웨딩치피, 카드캡터 체리의 주인공들처럼 대단한 활약하는 모습이나,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클리셰는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엔 ‘주인공이 주인공했다?’라고 할까. 동심의 세계로 빠지려다 말았던 아쉬움이 남지만 80~90년도에 유년기를 보냈던 이들이라면 나름 그때를 추억하며 읽을 만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