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이끄는 곳으로
프랑스의 건축물은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마음대로 인테리어를 할 수 없다. 특히 시테섬 안의 건축물들은 더 그렇다. 이렇듯 프랑스에서는 집수리를 하기 위해서는 시청에 어떤 수리를 하거나 인테리어 할 것인지를 사전에 신청하여 승인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인테리어가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외관이 오래된 만큼 집 내부도 오래 된 건물도 많다. 그러다보니 집 안 곳곳에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오늘 소개할 책은 그런 책이다.
<빛이 이끄는 곳으로>의 저자는 프랑스에서 10여년간 활동한 건축가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실제 프랑스의 한 집의 이야기다. 실제 이야기라면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어야 할 텐데 왜 소설일까? 저자는 우연히 본 오래된 집에 관심이 생겼고 건축가로서 집의 구조에 대하여 매우 궁금했다. 말보다 행동이 빠른 저자는 바로 편지를 썼고 다행히 답장을 받았다.
‘...아주 오래된 집이지만 그래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다음 주 토요일 낮에 방문하시지요...’
그렇게 방문한 집에서 집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어졌고 집 주인의 허락을 구하여 소설로서 재탄생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시 외각 원룸같은 곳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행운이 다가왔다. 바로 프랑스의 중심지인 시테섬 안의 집을 얻을 수 있는 기회! 그것도 매우 저렴하게! 우리도 만약 서울 강남의 노른자 땅 같은 곳의 집을 1억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 가격은 이정도 비유의 가격을 후려쳐(?)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회가 왔다는 것은 확실하다. 인생에서 이렇게 좋은 조건이 있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기 마련.. 주인공은 집 주인이 머물고 있는 요양원으로 가야하고 2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왜 4월 15일인가?“
”그리고 왜 당시이어야 하는가?“
요양원으로 온 주인공은 이곳의 특이한 공간들에 호기심이 생긴다. 복도를 계속 걷는데 길이 점점 좁아져 그 끝은 어떨지 궁금증을 버리지 못한 주인공은 아무리 좁아져도 끝까지 걸어가본다. 하지만 그만 통로 사이에 몸이 끼고 만다. 점점 몸에 무리가 오고 고통이 오고 있을때 쯤 한 노인이 주인공을 구해준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 힘들게 주인공을 통로에서 빼고 이 통로는 사람이 다니는 통로가 아닌 새들의 통로라고 한다. 요양원에서는 자연의 나팔관이라고 불리는 곳! 사람을 위한 건축이 아니라 자연을 위한 건축물인 것이다.
그리고 4월 15일의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다들 잠시 기다려보라는 말과 함께 기다림 끝에 빛에 의해 건물 안에 만들어지는 모습은 마치 그 어디서도 본적이 없는 장면이며, 건축구조로 만든 이 장면은 주인공의 궁금증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1년에 단 한번 만들어지는 이 장면을 본 주인공은 한층 더 건물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고 이 건물은 의뢰인의 건축가인 아버지가 요양원으로 쓰이고 있는 오래된 수녀원을 개조하면서 바꾼 것이란 걸 알아냈다. 그리고 의뢰인의 아버지가 만든 건축물의 비밀을 하나하나 알아간다.
꽃과 바람, 사람기억
이 책을 보면서 건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건축물은 아파트와 주택 그리고 상가 건물정도였다. 오래된 건축물들은 건축 기술에 대해 보기보단 하나의 유적지를 관람하는 느낌정도로 바라봤다. 그리고 건물보다는 사람 위주로 바라보며 다녔다. 그렇다보니 건물에 대한 기억보다 사람에 대한 기억이 더 남아있고 건축물의 특이성을 찾아보려하지 않았다. 이 책을 보며 난간 하나를 만들기 위해 높이를 다르게 한다던가, 집 내부에 꽃을 심고 문을 열었을 때 들어오는 바람을 통해 사람을 기억하게 만드는 기법 등 책을 읽는 내내 신기하게 바라보며 읽었다. 그저 잠을 자거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다르게 느껴졌다.
우리는 많은 건축물에 둘러쌓여 살고 있다. 이 건축물들이 단순하게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세심한 손길이 들어간 건물들도 있을 것이다. 작은 궁금증 하나라 주변을 돌아 보는 건 어떨까? 그러다보면 보이지 않던 작은 것들이 이제는 크게 보일 것이다. 그런 사소한 것이 우리를 바꿔 나갈 것이다.
김우섭(군산한길문고 점장)
빛이 이끄는 곳으로
프랑스의 건축물은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마음대로 인테리어를 할 수 없다. 특히 시테섬 안의 건축물들은 더 그렇다. 이렇듯 프랑스에서는 집수리를 하기 위해서는 시청에 어떤 수리를 하거나 인테리어 할 것인지를 사전에 신청하여 승인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인테리어가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외관이 오래된 만큼 집 내부도 오래 된 건물도 많다. 그러다보니 집 안 곳곳에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오늘 소개할 책은 그런 책이다.
<빛이 이끄는 곳으로>의 저자는 프랑스에서 10여년간 활동한 건축가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실제 프랑스의 한 집의 이야기다. 실제 이야기라면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어야 할 텐데 왜 소설일까? 저자는 우연히 본 오래된 집에 관심이 생겼고 건축가로서 집의 구조에 대하여 매우 궁금했다. 말보다 행동이 빠른 저자는 바로 편지를 썼고 다행히 답장을 받았다.
‘...아주 오래된 집이지만 그래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다음 주 토요일 낮에 방문하시지요...’
그렇게 방문한 집에서 집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어졌고 집 주인의 허락을 구하여 소설로서 재탄생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시 외각 원룸같은 곳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행운이 다가왔다. 바로 프랑스의 중심지인 시테섬 안의 집을 얻을 수 있는 기회! 그것도 매우 저렴하게! 우리도 만약 서울 강남의 노른자 땅 같은 곳의 집을 1억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 가격은 이정도 비유의 가격을 후려쳐(?)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회가 왔다는 것은 확실하다. 인생에서 이렇게 좋은 조건이 있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기 마련.. 주인공은 집 주인이 머물고 있는 요양원으로 가야하고 2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왜 4월 15일인가?“
”그리고 왜 당시이어야 하는가?“
요양원으로 온 주인공은 이곳의 특이한 공간들에 호기심이 생긴다. 복도를 계속 걷는데 길이 점점 좁아져 그 끝은 어떨지 궁금증을 버리지 못한 주인공은 아무리 좁아져도 끝까지 걸어가본다. 하지만 그만 통로 사이에 몸이 끼고 만다. 점점 몸에 무리가 오고 고통이 오고 있을때 쯤 한 노인이 주인공을 구해준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 힘들게 주인공을 통로에서 빼고 이 통로는 사람이 다니는 통로가 아닌 새들의 통로라고 한다. 요양원에서는 자연의 나팔관이라고 불리는 곳! 사람을 위한 건축이 아니라 자연을 위한 건축물인 것이다.
그리고 4월 15일의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다들 잠시 기다려보라는 말과 함께 기다림 끝에 빛에 의해 건물 안에 만들어지는 모습은 마치 그 어디서도 본적이 없는 장면이며, 건축구조로 만든 이 장면은 주인공의 궁금증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1년에 단 한번 만들어지는 이 장면을 본 주인공은 한층 더 건물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고 이 건물은 의뢰인의 건축가인 아버지가 요양원으로 쓰이고 있는 오래된 수녀원을 개조하면서 바꾼 것이란 걸 알아냈다. 그리고 의뢰인의 아버지가 만든 건축물의 비밀을 하나하나 알아간다.
꽃과 바람, 사람기억
이 책을 보면서 건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건축물은 아파트와 주택 그리고 상가 건물정도였다. 오래된 건축물들은 건축 기술에 대해 보기보단 하나의 유적지를 관람하는 느낌정도로 바라봤다. 그리고 건물보다는 사람 위주로 바라보며 다녔다. 그렇다보니 건물에 대한 기억보다 사람에 대한 기억이 더 남아있고 건축물의 특이성을 찾아보려하지 않았다. 이 책을 보며 난간 하나를 만들기 위해 높이를 다르게 한다던가, 집 내부에 꽃을 심고 문을 열었을 때 들어오는 바람을 통해 사람을 기억하게 만드는 기법 등 책을 읽는 내내 신기하게 바라보며 읽었다. 그저 잠을 자거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다르게 느껴졌다.
우리는 많은 건축물에 둘러쌓여 살고 있다. 이 건축물들이 단순하게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세심한 손길이 들어간 건물들도 있을 것이다. 작은 궁금증 하나라 주변을 돌아 보는 건 어떨까? 그러다보면 보이지 않던 작은 것들이 이제는 크게 보일 것이다. 그런 사소한 것이 우리를 바꿔 나갈 것이다.
김우섭(군산한길문고 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