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버지의 해방일지

군산시민연대
202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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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치르는 3일간의 이야기.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돌아간 시점에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평소 빨치산의 딸로 크다보니 불만이 많았고 아버지의 오지랖으로 집안 형편도 좋지 못해 딸 아리는 성인이 되고 독립을 한 뒤 집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아버지는 항상 누군가 장사를 할 수 있게 보증인을 서달라는 말에 고민하지 않고 보증을 서주고, 자신의 아들이 사고로 죽어 같이 가달라는 말에 “오죽했으면 자기에게 왔냐.”는 말을 남기며 가는 아버지의 행동에 아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장례식장에 오는 아버지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버지의 삶은 마냥 허투루 살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현재의 장례식장에 조문 오는 사람들과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풀어내며 현재의 주인공 아리는 조금씩 아버지를 이해해 간다. 현재 자신이 알지 못하는 아버지의 새로운 지인들도 오는데 아버지가 남기고 간 이 지인들과도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를 이해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안 좋은 면도 함께 봤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간판 없는 선술집에 같이 갔는데 아버지는 서스럼 없이 하동댁이라 부르는 아줌마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당시 5살이던 주인공 아리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아버지가 하동댁을 가까이 하지 못하게 옆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후 어머니와 대화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책을 보시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빨치산이라는 아버지를 둔 딸 아리. 아버지는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만 공산주의 사상을 믿어 민주주의로 전향을 하던지 북한으로 귀화해야 하는, 선택사항이 매우 적은 시대에 살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는 대한민국에 남는 것을 선택했고 평생 형사들의 감시를 받으며 살아갔다. 먹고는 살아야 해서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짓는 것을 선택했지만 농사에 재능이 없을 뿐더러 고향에서 머슴으로 불리며 여기저기서 찾다보니 농사일은 어머니가 맡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장례식장에는 아버지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왔고 그중에 한명은 17살의 고등학생이었다. 교복을 입고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을 보고 아버지는 그 학생에게 다가갔다. 훈계를 하려고 오는지 알고 눈에 쌍심지는 켠 학생에게 아버지는 길에서 피지 말고 골목에서 피라고 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17살 고등학생과 담배 친구를 하게 됐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현재(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연 지금)와 과거(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와 대체적으로 조문 온 분들이 알고 있는, 내가 모르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오가며 진행해 간다. 내가 갖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판단, 아버지와 고향 사람들과의 사건들 그리고 아버지와 작은아버지의 사건에 대한 모든 실타래 들이 조금씩 풀리면서 갈등이 해소된다. 또한 책을 읽다보면 사투리가 많이 나오다 보니 읽는데 어렵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투리를 찾아가며 읽다보면 책이 한층 더 즐겁고 이야기 흐름 자체가 매끄러우며 인물을 한명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이 아리와 아버지 사이의 부족한 공간을 채워준다. 그렇게 아리는 이제 아버지를 떠나보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가끔 우리 가족에 대해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만 그만큼 부모들은 직장이나 다른 장소에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도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부모는 50%정도 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집에 들어오면 잠만 자는 아빠의 모습이나 맛있는 것을 해달라는 말에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배달음식을 시켜주는 엄마 또는 놀아달라는 자식의 말에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가는 부모들...

 우리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갖고 싶은 것을 갖을 수 있는 것은 비록 집에 오면 가족들을 상대해 주지 않지만 가족들을 위해 집 밖에서 노력하는 내가 알지 못하는 부모의 또 다른 모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금 나는 내가 어렸을 당시 부모의 나이보다 더 많다. 당시에 왜 우리 부모님은 나와 놀아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그 나이가 넘어보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사회를 살다보면 다시 잊고 지낼 때가 많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우리에게 그런 부분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덮는 순간 부모님이 생각이나 전화를 했었다. 다른 분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기대된다.


김우섭(군산한길문고 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