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리움

군산시민연대
202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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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리움 / 복일경 / 세종마루>

 

많이 이들이 미래를 예견한다. 예견하는 미래중 하나는 인류보다 발달된 과학기술을 보유한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여 그에 맞서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인류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져 좀비가 되거나 많은 사상자가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인류가 만든 AI와 로봇에 의해 지구는 더 이상 인류를 위한 곳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다른 여러가지 가설들을 들여다봐도 왠만하면 긍정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매우 적다.

왜 인류는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미래를 계속 바라보는 것일까? 지금 당장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이대로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인류는 기상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크게 피해를 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구 감소는 당연한 수순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인류의 편의에 의해 피해를 보는 것이 또 있다. 지구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동물과 식물들이다. 동물은 우리와 함께하는 생명체로서 인식을 하고 살지만 그 종류도 극소수이다. 우리에게 선택받은 크게 강아지와 고양이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고 햄스터, 파충류를 가끔 볼 수 있다.

 하지만 선택 받지 못한 이제는 그저 우리의 식량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다. 바로 닭, 돼지 그리고 소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센트리움>. 바로 이 동물들의 이야기다.

 

2033년 지구의 온도가 지금보다 1.5이상 상승하게 된다. 그러면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고 해수면은 2m 이상 상승하게 되었다. 그렇게 대륙의 면적이 줄어들고 많은 이들이 죽고 집을 잃었다. 대한민국도 이와 같은 일을 비켜가지 못했다. 서울의 80%정도의 지역이 물에 잠기고 높은 건물에 올라가 간신히 목숨을 건진 이들만 살아남았다. 해수로 인해 식수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햇빛을 피할 곳이 적어 일사병으로 죽는 상황도 발생됐다. 그러다보니 식량도 국가 통제하에 가구당 인원수로 배분을 하게 됐고 상황이 나아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주인공 수재의 직업은 수의사다. 수재의 엄마는 의사가 되기를 원했지만 결국에는 수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가족과 연락을 뜸하게 지내다 재앙이 터진 것이다. 수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겪었을 재앙과 같은 상황을 피해갔다. 가족들도 수재의 몫까지 식량을 공급받아 풍족하진 못해도 잘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수재는 수의사라는 직업으로 센트리움이라는 육고기 생산 공장에 입사를 하게 됐다. 이제는 의사보다 수의사가 더 대접을 받는 시대가 왔고 그렇게 100층짜리 건물에서 닭, 돼지, 소를 관리하게 됐다.

 100층짜리 건물에서 아무리 많은 식량을 키운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일주일에 2번 정도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정도로 배급이 되지만 인간은 더 많은 양을 원했다. 그러다보니 동물 하나가 배정받은 공간은 매우 작고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 공간에서 배식과 배변을 모두 해결했다. 그러니 냄새가 고약했고 비위생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닭을 시작으로 동물 모두가 자살하기 시작했다. 무리의 가장 강한 닭을 공격하여 죽이고 나중에 남은 약한 닭은 자연스레 죽었다. 돼지와 소는 쇠창살에 머리를 박아 자해 끝에 피를 흘리며 죽었다.

 

책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거 우연하게 본 책 표지로 잠깐이지만 고기를 끊었던 적이 있다. 책 표지는 소의 얼굴이었는데 귀에는 식별표가 붙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2개월 정도 고기를 안 먹었지만 그 뒤 다시 먹게 되었다. 채소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번에는 고기를 끊지는 못했지만 우리 안에 갇혀 사는 동물들을 상상하며 만약 내가 좁은 공간에 갇혀 주는 음식을 먹고 그 자리에 배변을 보는 상상을 하니 상상만으로도 속이 편치 못했다. 너무 비약적인 상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에게 인류가 패배하여 자유를 빼앗긴 상황이 됐을 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된다.

책에서도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충분이 에너지원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고기를 원한다. 우리에게 선택받은 강아지와 고양이는 인간 옆에서 함께 보내지만 그렇지 못한 닭, 돼지, 소(시골에서 소는 그래도 대접이 낫지만)는 좁은 곳에서 우리의 배 속으로 들어가질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김우섭(군산한길문고 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