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군산시민연대
2026-03-18
조회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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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스즈키 유이 / 리프>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 Goethe

“사랑은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한데 섞는다.” - 괴테

 

 

 결혼기념일, 딸 ‘히로바 노리카’가 데려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차를 마시던 중 차 끝의 꼬리표에 위와 같은 명언이 붙어있었다. 괴테의 대가 ‘히로바 도이치’는 괴테의 명언이 맞는지 물어보는 딸의 물음에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한다. 괴테의 명언이 맞는지 틀린지 답을 못한 상황과는 다르게 이 날 결혼기념일은 유쾌하게 끝났다. 그리고 옛날 독일 동중부의 대학 도시 예나에서 유학하던 시절 하숙집 이웃으로 지내던 요한이 했던 말이 기억이 났다.

독일 사람들이 명언을 인용하고 싶을 때 “괴테가 말하기를” 이후 어떤 말을 붙이던 그 말은 괴테의 말이 된다. 그 말을 들은 ‘히로바 도이치’는 독일인에게 “괴테가 말하기를”을 시전하였고 독일인은 “넌 나보다 독일을 잘 아는구나.”하고 반응을 했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칭찬만 할 뿐 농담처럼 받아들이질 않았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주인공 ‘히로바 도이치’가 결혼기념일 날 딸이 데리고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본 괴테의 명언을 시작으로 마지막 까지 출처를 알지 못하는 이 명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야기다. 자신이 출연하기로한 TV 프로그램의 원고를 이미 작성하였지만 ‘도이치’는 그 원고에 이 의문의 명언을 넣을지에 대해 끝가지 고민한다.

 책의 페이지만 보면(실제로 240p 정도 밖에 안된다.) 가볍게 읽을 소설정도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읽다보면 철학책 한 권도 함께 읽은 느낌이다. 주인공은 괴테 전문가이며 책에선 괴테의 명언뿐만 아니라 여러 명언이 나온다.

실제로 글을 읽는 내내 과거 위인들의 명언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시간도 함께 가졌다.

예를 들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르네 데카르트

“너 자신을 알라.” - 소크라테스

같이 대중들이 알고 있는 정도의 명언이지만, 그래도 나름 속으로 ‘맞어맞어 나도 아는 명언이 있는데..’ 하면서 보게 됐다.

이렇게 명언과 철학을 쫓으며 책을 보다보면 주인공은 어느새 소원해진 아빠와 딸의 관계,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자신의 소중한 것을 다시 생각한다. 말미에는 책을 통해 재미와 깨달음도 얻게 된다.

  

티백의 꼬리표로 시작한 이 이야기는 실제로 꼬리표에 달려있던 명언을 보고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됐다. 글의 저자 스즈키 유이 현재 2001년생이고, 대학원생이며, 연간 1,000권의 책을 읽는 독서광이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아쿠타가와상 : 일본의 문예춘추(文藝春秋)에서 제정한 문학상. 1927년 사망한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업적을 기려 만들어졌다. 정식 명칭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芥川龍之介賞)이다. 문예춘추를 창간한 키쿠치 칸(본명 키쿠치 히로시)이 나오키 산주고의 사망을 계기로 1935년 나오키상과 함께 제정하였다. 1938년부터는 일본문학진흥회에서 이어받아 주최하고 있다.)

 

그렇듯 내가 평소 해오던 것들, 우리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 내가 경험한 것이 나의 글이 될 수 있다.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작가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대부분 경험한 것이 책의 소재가 된다. 나의 경험에 살이 붙고 빼고를 반복하여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다. 그리고 요즘은 필사책을 통해 글귀를 모집할 수 있지만 인터넷을 조금만 이용한다면 좋은 글을 많이 모을 수 있다. 그만큼 쉽고 빠르게 좋을 글귀를 모을 수 있다. 그리고 수집한 글귀의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위의 소설처럼 자신의 경험에 버무려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 우리 안에 소재는 이미 모여 있다. 우리가 행동 할 수 있게 만들어 줄 마지막 ‘티백의 꼬리표’가 없을뿐이다.

 

어느 날 만약 글을 쓰고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꼬리표’를 찾고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스즈키 유이처럼 연간 책을 1,000여권을 읽진 않았지만 그래도 100권 가까이 읽었을 것이며 길든 짧든 조금씩 글을 쓰고 있었을 것이고 그 글이 어딘가에 기재되고 있을 수도 있고 가족들에게만 보여주고 있을 수도 있다. 또는 친구에게.

 

언젠가 나올 당신의 책이 기대된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이 책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티백의 꼬리표로 시작한 이 책이...


김우섭(군산한길문고 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