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걸음] chapter-5

군산시민연대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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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걸음 -5

 

오늘 나름 간식을 챙겨 오길 잘했다. 쓰레기를 주워 가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나도 모르게 무언가 오묘한 느낌을 받았다. 뿌듯한 느낌 같기도 하고 무언가 해냈다는 느낌 같기도 하면서 기쁜 마음이 컸다. 그리고 옆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게 느낌이 달랐다. 평소 게임을 할 때도 비슷한 느낌이 있기는 했다. 상대방과 경쟁을 하는 게임에서는 이겼을 때 기뻤고, 혼자하는 게임에서도 한단계 앞으로 갈 때 성취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오늘 느끼는 감정은 전에 혼자 느끼던 감정과 달랐다. 이 감정을 지금은 무엇이라 확실히 말하지는 못하지만 지금은 예지와 친구들과 함께 간식을 나눠 먹는 지금이 너무 좋았다.

 

집에서 나서기 전에는 간식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아빠의 선글라스를 몰래 챙기기 위해 방에 들어가 나오다가 아빠와 딱 마주쳤다. 당황한 나는 횡설수설 하다가 오늘 등산을 가는데 선글라스가 필요한지 물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할말이 없다. 아빠는 날 이상하게 보다가 선글라스는 필요 없고 물, 간단한 간식, 손수건, 등에 매는 가방, 신발은 발목을 보호하는 신발 등 일장연설이 시작 됐다. 이러다가는 등산을 가기도 전에 지칠것 같아 알겠다고 말한 뒤 빠르게 간식을 챙겨 집을 나왔었다. 그래도 아빠 때매 간식 챙겨오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재훈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솔직히 오늘 재훈이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 재훈이는 학교에서 잘 알지는 못해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왜냐면 아무리 내가 겜돌이라고 해도 재훈이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정도로 재훈이는 유명한데 학교에서 질 안좋은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못한듯 싶다. 왜 그런지 재훈이를 보면 괴롭힌다. 역시 잘생긴 사람은 주변에서 가만히 두질 않나 보다. 뒤에서 벌써 예지 친구가 눈에서 레이져를 쏘며 재훈이를 녹여 없애려고 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렇게 교우관계가 어려운 이 친구가 왜 여기를 나왔는지 곰곰이 생각을 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런 재훈이가 불렀을 때 얼굴을 보기 위해 올려다 봐야했고 대화를 하는데 목이 매우 아팠다. 이런 배려없는 좌식!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나름 친절하게 대답했다. 재훈이는 오늘 복장은 왜 정체를 숨기려는 척 꽁꽁 싸매고 왔는지, 사실 내가 누군지 알거 같기도 하지만 이름은 말하지 않겠다든지, 요즘 재미있는 게임이 무엇이 있냐 든지 등 나에게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봤다. 그렇다는 것은 나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 이라 생각이 들면서 솔직히 예지한테만 들키기 싫다고 생각했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상관없기 때문에 편하게 이야기 했다. 그러다 어제 플레이한 게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놀랍게도 재훈이도 그 게임에 대해 알고 있었다. 대답해 주기를 미국에 있는 아빠가 보내 줬다는 것이다. 아빠가 무엇을 하길래 미국에 있는지 모르지만 대부분 원래 거꾸로 아들이 미국에 있고 부모는 한국에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고 한 것이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재훈이는 깜짝 놀란 눈치지만 그래도 선 듯 답해줬다.

 

"아빠가 미국인이야. 한국에 계실 때 내가 태어났는데 지금은 미국으로 돌아갔어. 원래는 나도 데려가려고 했는데 우리 엄마가 절대로 안된다면서 한국에 남게 됐어."

재훈이의 말을 듣고 미국인의 피를 받아 그렇게 키가 크고 잘생겼구나라고 대답을 했고 재훈이가 학교에서 인기가 많다는 것을 상기시켜줬다. 우리 아빠도 좋기는 하지만 잘생기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그렇게 재훈이와 대화를 하다 보니 다음에 재훈이네 집에서 같이 게임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우리는 하산하기 위해 일어났다. 올라 올 때는 힘들었지만 내려가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길이 가파라 위험한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예지와 예지 친구가 천천히 내려 가는데 내가 실수로 돌을 밑으로 보냈다. 나도 안 넘어지기 위해 내려가다 보니 그런 것이었고 재훈이도 한참 전에 몇 번은 그렇게 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봤더니 나를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 나는 순간 당황했고 목소리 변조도 잊은 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다행이 나의 정체를 들킨 것 같지는 않지만 예지 친구가 유독 나를 더 째려봤다.

 

청암산 입구에 다시 도착을 하였고 우리는 오늘 플로깅 때 나온 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잘 묶었다. 나는 나름 쓰레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내가 소모하는 것이 많고 산에 오면 사람들이 쉽게 버릴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쓰레기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2시간 동안의 노력의 성과물이었다. 예지가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걸 왜하냐고 재훈이가 묻자 예지는 "알리는 것도 중요해" 라고 한마디만 던지고 오늘 주운 쓰레기를 가운데로 다 같이 모여 사진을 찍었다. 예지 친구는 헤어지기 아쉬운지 밥을 먹으로 가자고 했다. 나도 오늘을 위해 만들어 놓은 비상금이 있기에 다른 친구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지는 미안하다고 오늘 오후에 부모님과 돌아다니기로 했다고 한다. 재훈이도 집에 엄마 혼자 있어 빨리 가봐야 한다고 했다. 예지 친구는 나에게는 물어보지 않고 그럼 다음 주에 다시 플로깅을 하고 끝나고는 꼭 밥을 먹으로 가자고 말했다. 오늘 아침만 해도 뭔가 매우 기뻤는데 지금은 좀 아쉬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예지가 나에게 승호야 오늘 와줘서 너무 고마워하고 인사를 했다. 나는 놀란 눈으로 어떻게 알았어 라고 물어봤는데 예지는 웃으며 정상에서 둘이 이야기 할 때 안들을래야 안들을 수 없었네요 라며 웃었다. 나의 정체를 들켜 못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 알아줘서 고마웠다. 재훈이도 이제 그냥 이름으로 말해야겠다 면서 줍줍 오늘 반가웠다고 나를 놀렸다. 예지 친구만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자기는 은지라면서 나에게 악수를 청했고 오늘 다 같이 플로깅해서 재밌었다고 대답했다. 나도 그 대답에 긍정했고 우리는 다음 날짜를 잡고 헤어졌다.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문자에 안녕 나 예지야 라는 글과 자기 번호니까 저장해 놓으라는 말도 함께 왔다. 오늘 플로깅은 너무 좋았고 벌써 다음이 기대 되었다. 아직 친구를 사귀는 것은 서툴지만 오늘 예지와 친구가 되었다. 아니 친구 3명을 만들었다.

 

 to be continue...

 

김우섭(군산한길문고 점장)

 

 [7월 추천책]

조선의 형사들 / 정명섭 / 몽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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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 무라세 다케시 / 모모

 급행열차 선로 탈선 사고...많은 이들이 죽었다..그리고 남은 사람들...

 사랑하는 이들이 죽었고 삶을 이어갈 힘이 없는 그들에게 단 한번 죽은 이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그들을 본다고 현재가 바뀌거나 죽은 이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보기 위해 그들은 급행열차에 올라선다. 버거운 현재를 이겨 내게 해줬던건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을 잃고 버거워 졌던 현실이 다시 그를 만나 이겨낼 힘을 얻는다. 각자 다시 살아갈 이유가 생기고 한층더 삶을 뜻깊게 살아가는 주인공들.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다보면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인연이라 느껴진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세상에 마지막 기차역..

  

 

행성1, 2 /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인류는 더이상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행성은 현재 파리는 쥐들에게 자리를 빼앗겨 더이상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 그리하여 미국으로 가게 되는데 미국 또한 인간이 설 곳이라곤 고층 빌딩의 최상위층 밖에 없다. 힘들게 도착한 미국에서도 우역곡절이 많은데...1인칭 고양이 시점으로 읽어보는 이 소설은 인간보다는 동물의 시점에서 볼 수 있어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과연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