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군산시민연대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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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 정세랑 / 문학동네>

 

 신라시대에도 눈이 내렸을까? 아마 내렸을 것이다. 아마? 아니 100% 내렸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매우 많지만 사람 사는 방식은 달라졌지 않았을 것이다. 12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는 가족과 함께 살며 가족을 위해 일하고 밥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좋아진 것이 있다면 왕이라는 존재가 없고 노예가 없으며 반대로 기회가 있다. 우리는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나름의 성공을 할 수 있다.

 

 신라시대에서 특이한 점은 유일하게 여성 왕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27대 여왕 고현정(선덕여왕)이다. 그리고 바로 28대 진덕여왕이 있다. (이후 51대에 여왕이 있지만 이 부분은 그냥 넘어 가겠다) 신라시대에서 여자로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 두 명 말고는 없을 것이다. 고대국가에서부터 근현대에 올 때까지 여성의 지위는 남성에 가려 능력이 있어도 펼칠 수 없었다. 그래도 여성이 왕이 됐다는 것은 남성과 여성에게 차별을 두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 고려시대에도 부모가 돌아가시면 재산을 자식들에게 균등하게 배분했다고 한다. 아무리 딸이라고 해도 말이다.(지금은 당연하게 들리지만 조선시대 때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해 출가외인이라는 말도 있고 재산분할에 있어 여성은 그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회진출에는 가능성이 없었다. 재산을 줄지언정 정치를 할 수 있게 놓지는 않았다.

 

 이 소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의 배경은 참으로 재미있다. 저자는 신라시대 신문왕 때쯤으로 생각을 하여 배경을 잡았고 주인공인 ‘설자은’은 원래 여성이다. ‘설자은’의 원래 이름은 ‘설미은’. 하지만 당나라 유학을 가기 전 오빠 ‘설자은’은 갑작스레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와 가장 비슷하게 생기고 옆에 오래 붙어 있었던 ‘설미은’이 ‘설자은’을 대신하여 ‘설자은’이 되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당나라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는 바다위에서 첫 번째 사건을 맞이하는데 그녀는 그때부터 이미 <명탐정 코난>의 ‘코난’처럼 매일 사건과 함께할 운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녀 옆에는 ‘인곤’이라는 사람이 나타나는데 마치 <셜록홈즈>의 ‘왓슨’처럼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와 갖고 있는 능력을 이용하여 ‘설자은’에게 필요한 것들을 만들고 해결해 준다.

 

 책에서 ‘설자은’은 남자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고 직책을 맡아 일을 하며 살아간다. 다른 신라 여성들은 삯바느질을 하고 집안일만 하며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설자은’은 여성이지만 남성으로써 모든 것들을 누리며 산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같은 삶이기는 하지만 자유롭지 못한 여성보다는 외줄타기의 남성의 삶이 더 좋아 보인다.

 

 남성으로 살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와 사건이 발생하여 사건을 해결해 가는 미스테리가 합쳐져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가 완성이 됐다. 여기에 미스테리 요소가 빠져있다면 이 이야기는 미궁으로 빠졌을 것이다. 사건을 해결해 가며 ‘설자은’은 뛰어난 통찰력이 보이며 그를 높게 본 ‘높으신 사람’ 눈에 띄게 된다. 그렇게 위를 향해 올라가는 ‘설자은’에게 다가올 시련이(당장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약간 걱정이 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이 사건들을 ‘설자은’과 함께 해결해 나아간다.


김우섭(군산한길문고 나운점장)

 

 매년 겨울에는 여러 분류의 책들 중 미스테리 추리 소설이 최고라 생각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이 매우 많이 내려 밖을 나가기가 겁날 정도로 집안에만 있고 싶어지는 날씨다. 이런 날에는 귤 한 박스와(작년? 재작년? 쯤의 글에도 귤 한 박스를 넣었다. 겨울과 귤을 땔래야 땔수 없는 사이다) 추리소설 하나만 있다면 하루는 버틸 수 있다. 한 권이면 하루만에 끝이 난다. 어느날은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밥도 안 먹고 책만 봤더니 5시간만에 끝이 났다. 만약 이럴 때를 대비하기 위해 집에 책을 쌓아 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OTT 프로그램들이 발달하여 많은 영상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데 하루 정도는 기계와 멀어져 디지털 디톡스 삶을 살아 보는 건 어떨까? 밖을 돌아다니기 힘든 겨울이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