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닌

군산시민연대
20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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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 하승민 / 한겨레출판>

 

우리는 다양한 차별 안에서 살고 있다. 

집 안에서 다른 집 아이와 차별을 당하고 학교에서 성적으로 차별을 당하고 사회에선 잘사는 집안사람과 학벌이 좋은 사람과 차별을 겪는다. 이런 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더 노력하기보단 다음 생을 기대 하는게 좋을 정도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내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번 생에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먼저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학벌을 높이는 방법이 그나마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렇게 학벌을 높여 우리가 원하는 바대로 올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막힐 것이다. 결국 돈이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카르텔에 막혀 좋은 자리는 아래서 부터 올라가는 이들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결국 현재 아무리 노력해도 이 차별은 깨지지 않을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게, 돈 많은 사람은 더 돈이 많아지게 만드는 과정이 반복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소설 <멜라닌>에서 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차별을 받게 될 운명을 갖는다. 

한국에서 베트남 여성과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피부가 파랗다는 이유로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 멸시를 받으면서 살아간다. 소설 안에서의 설정이지만 피부가 파란 사람들이 일반인들보다 더 폭력적이며 덜 진화했다는 전제가 깔린다. 그리고 폭력적인 사건을 일으켜 몇 안되는 인구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고립을 얻는다. 한국사회에서는 베트남에 대한 차별을 열실이 보여준다. 베트남어를 배우는 주인공에게 그런 언어 배울 시간에 영어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하라고 하고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중 친할머니를 더 좋아하길 강요한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의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갈 생각을 하고, 준비 단계에 들어간다. 베트남 엄마는 외할머니가 편찮다는 핑계로 미국에 나중에 들어가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주인공과 한국인 아빠와 함께 먼저 미국에 들어간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미국 생활이 시작 된다.

 

이 책은 차별에 대해 말하지만 그 외 친근한 요소들이 있다. 

나 같은 경우엔 미드 <프렌즈>가 있다. 

주인공은 이 드라마를 보며 영어 공부를 한다. 처음 다른 드라마를 보며 시작하였지만 이마만큼 영어 공부하기 좋은 드라마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도 <프렌즈>를 보며 영어 공부를 했을 때가 있었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던 당시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노트북과 외장하드였다. 이 외장하드에 여러가지 미드와 영화가 있었다.(필자는 2015년도에 워킹홀리데이를 갔었다. 그러다보니 OTT 같은 건 없었다. 지금이라면 휴대폰 하나로 모든 게 끝났을 것을…) 다른 미드도 다 보기는 했지만 <프렌즈>를 보고 있으면 당시 함께 방을 쓰던 외국인들이 옆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자기도 이 드라마 봤다면서 누가 가장 좋은지, 자기가 기억이 나는 장면은 무엇인지에 대해 말을 했다. 이런 추억이 있다 보니 소설 안에서 <프렌즈>가 나오는 순간 반가웠다. 그러면서 호주에 대한 추억들이 떠올랐다. <프렌즈>에 대해 단 몇 마디 적혀 있었지만 나에게는 수많은 글이 적혀있는 듯했다. 그렇게 더 이 책을 몰입해 보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간 주인공은 이제 베트남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았다. 

주인공은 그저 아시안 사람이었고 어느 국적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파랗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 이민을 오게 도와준 삼촌과 함께 간 가게에서 화장실에 갔는데 쳐다본다는 이유 하나로 곤경에 처하고 한 폭력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어느 백인이 밤에 폭행을 당하는 사건인데 보안관은 범인의 인상착의에 대해 물어본다. 잘 기억을 못하는 백인에게 보안관이 장난으로 “어쩌면 파란피부일지도 모르겠네요.” 라고 한마디 한다. 그리곤 백인이 그 말에 범인은 바로 파란 피부였다고 단언한다. 그렇게 주변에 살고 있는 유일한 파란 피부! 주인공에게 보안관이 찾아보고 알리바이를 묻는다. 집에 있었다고 증언해도 믿어주지 않았고 유치장에 들어가게 되고 몇 일 뒤 진짜 범인이 밝혀져 풀려나게 된다. 알고 보니 잡힌 범인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백인이었다. 이런 오해에도 사과는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걸어가는데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다. 피부가 파랗다는 이유로…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주인공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에 대해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태어나면서 부터 시작한 차별은 끝날 때까지 계속 온다. 이유는 달라질지언정 차별이라는 단어로 오는 그 상황에서 주인공은 무너질 상황도 오고 짧지만 행복한 나날도 온다. 차별은 이제 개인이 만들어낸 상황이 아니다. 사회의 한 구조가 차별을 만들어 냈고 이고리를 끊기 위해선 사회 구조가 바뀌어야 된다. 무엇이 잘 됐고 잘 못 된지 답을 찾기 어렵지만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 타국의 이주 여성들일 수도 있고, 성소수자일 수도 있고, 장애 일 수 도 있다. 차별은 우리 가까이에 깊숙이 박혀있다. 우리 뇌 안에도 이미 아무렇지 않게 들어차 있을 수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입 밖으로 말 할 때 누군가 상처 받을 수 있기에 잘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거꾸로 우리가 차별을 받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달가워 할 것인가?


김우섭(군산한길문고 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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