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걸음] chapter 27

군산시민연대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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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승호

 

 몇 일 뒤 재훈에게 병문안을 갔다. 의사 말로는 아직 어리고 크게 다친것은 아니라 금방 회복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안정을 취하기 위해 한 달은 병원에 입원해 있으라고 한다. 우리 넷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이렇게 친한 친구들이 있었던 적도 처음인거 같고 친구가 다쳐 병문안 오는 것도 처음이다. 재훈이 말로는 이재승과 잘 해결됐다고 한다. 그날 무리의 몇 명만 붙잡았지만 나머지 아이들도 금방 붙잡혔다. 그렇게 이재성도 경찰서에 왔고 학부모들도 와서 많이 놀랬다고 한다. 우리 아이가 그렇게 할 아이들이 아니라나 어찐다나..

 그래도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어난 일이라 정학처분이나 학폭위가 열리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봉사활동 시간은 채워야 한다고 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 이재승이 재훈이 병문안을 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고 한다. 사실 이재승도 재훈이와 계속 함께 하고 싶었던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만화책을 보면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말이다.

 

 그보다 가장 중요했던 팽나무 축제에 우리는 나가지 못했다. 다만 나와 은지만 멀리서 축제가 흘러가는걸 눈으로 봤다. 만약 우리도 앞에 나가서 축제의 흥을 올렸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재훈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고 예지는 할머니 간병때문에 바쁘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보니 어른들에게 많이 혼이 났다.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한 꼭지를 줬는데 일주일 전에 갑자기 펑크를 내버렸으니 얼마나 난감했을까 싶다. 그래도 우리의 사정을 아시다보니 몸조리 잘하고 다음에는 앞에서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넌지시 말하고 가셨다. 그 한마디가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한 달이 더 흘렀다. 지난 주 재훈이도 퇴원했고 개학까지 몇 주 남았다. 퇴원 기념으로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우리분식에 가서 떡볶이를 먹을까 했는데 우리분식이 이제는 오후 3:30분까지만 하다 보니 다른 장소를 생각해야 했다. 후보로 산타로사, 한길문고, 은파가 나왔는데 날씨도 춥고해서 한길문고에 가기로 결정했다. 잠깐 대화 나누고 지하에 노래방에 가기로 했고 재훈이와 아이들의 새로운 멤버 태희도 불렀기 때문이다. 그렇게 넷이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태희가 한길문고에 들어오는게 보였다. 내가 손을 번쩍 들며 태희야 여기야 라고 불렀고 그 모습을 본 태희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렇게 5명이 모였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우리의 행보를 이야기 나눴다.

 

 재훈이가 지금까지 연습한것도 아깝고 앞으로 계속 만나서 연습하고 할꺼면 버스킹을 해보는건 어떠냐고 말했다. 은파 입구쪽에 공연할 수 있게 있어 날 풀리면 거기도 좋고 수송동 시립도서관 옆 공원이나 조촌동도 좋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뚜벅이 였기 때문에 버스타고 움직일꺼면 그나마 시립도서관이 가장 좋아보였다. 이렇게 이야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버스킹 할 것으로 결정이 되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훈이가 손을 번쩍 들며 발언권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모두가 재훈이를 바라봤고 재훈이가 우리의 눈빛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다들 적극적으로 임해줘서 너무 고마워. 솔직히 팽나무 축제 팽나고 우리 밴드 해체 될줄 알았는데 계속 하자고 말해줘서 고맙고, 내가 생각해 봤는데 우리 밴드 이름.. ‘재훈이와 아이들’은 다른 이름으로 바꿨으면 해..! 나 혼자만의 밴드가 아니고 우리 함께 하기 위한 이름이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재훈이가 운을 땠고 우리는 각자 생각나는대로 밴드 이름을 말했다. 은지는 아직 포기 못했는지 밴드 이름으로 ‘재훈’s’ 를 말했고 예지는 주말에 활동 가능하니 ‘썬데이’라고 했다. 나는 서흥밴드, 나운밴드, 군산밴드 등 우리의 공통점에 밴드만 붙여 말했다.

 

 그러다 태희가 “걸음..”, “앞으로 걸어가다 해서 걸음 어때요? 우리 다섯명이니까 ‘다섯걸음’”

 

 다들 음...음...하다가 재훈이 얼굴을 쳐다봤다. 그렇게 고심끝에 큰소리로 오케이 다섯걸음을 외쳤다. 갑자기 서점 안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봤다. 당황한 우리들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무리하고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지하 노래방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길에 다들 밴드 이름을 되새기며 카톡의 이름을 바꿨다. 그리곤 우리의 노래방 첫곡을 불렀다. 아니 다섯걸음 첫곡을 불렀다.

 

[조정석 - 아로하(슬기로운 의사 생활 ost) 간주중]

 

 우리 모두 이제 첫걸음을 땠다. 나는 방구석 게임폐인에서 밖으로 나왔고 재훈이는 과거 얽매여 있던 인연과 고리가 풀어졌고 예지는 공부가 다가 아닌 다른 것을 찾게 됐다. 은지는 아직 모르겠다. 재훈이와 사귀는건 아니겠지? 은지만 아직 걸음을 때지 못한거 같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겠지 재훈이 옆으로.. 태희가 만들어준 우리 밴드의 이름 처럼 한걸음 두걸음 다섯걸음 걸어나가야 겠다.

 

(지금까지 다섯걸음 - 1부를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1부는 예지와 승호의 시점에서 주로 글을 풀어 나갔는데 2부 부터는 새로운 멤버 태희의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