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승호
오랜만에 몇 일 동안 게임만 했다. 익숙한 감각이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저녁 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다시 게임을 하다 늦은 점심을 먹고 게임을 하다 저녁을 먹으면서 밀린 웹툰과 만화를 봤다. 그리고 야식을 먹고 다시 밤을 샜다.
요 며칠 동안 우리들은 카톡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군산 공항에서 시위를 하는 날짜가 잡히지 않다보니 대화도 점점 뜸해졌다. 그 뜸해진 연락도 거의 대부분이 은지가 보내는 카톡과 사진이었다. 매일 카페에 가는지 음료와 디저트 찍은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가끔 예쁜 풍경사진을 보냈다. 대부분 예지가 답을 해줬지만 재훈이도 마음을 좀 열었는지 답을 보내왔다. 나만 답이 없었다. 그새 옛날로 돌아 간거 같았지만 전과는 좀 달랐다. 옛날만큼 게임 하는게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전에는 이렇게 게임하는것이 질리지 않고 재밌었다. 그래서 방학만 되면 게임을 몇개 미리 구입하고 방학이 끝날 때 까지 했다. 이제는 그렇게 못할듯 했다. 나도 모르게 휴대폰에서 울리는 카톡 소리에 반응을 하고 정지화면을 만든 뒤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엄마가 보낸 메세지인걸 확인하곤 빠르게 휴대폰을 옆에 던졌다. 그리곤 찜찜하여 다시 집었다. 엄마는 어떻게 알았는지 밥은 먹고 게임 하라는 메세지가 왔다. 가끔 보면 나 몰래 집에 cctv 같은걸 설치 했나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지도 않고 알지?
게임도 더 이상 재미가 없어 중간 세이브를 하고 껐다. 지금까지 플레이 한것을 저장하지 말까 생각했다가 그래도 뭔가 아까워 저장은 했다. 역시 난 아직 완전히 변하지 않았나 보다. 그리고 정말 엄마 메세지 대로 갑자기 배가 고파 엄마가 만들어 놓은 김밥을 먹기 위해 주방으로 갔다. 휴대폰을 보면서 김밥을 먹는데 은지가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은 은파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예지와 함께 갔는지 오늘은 사진에 둘이 나왔다. 카톡 숫자가 하나가 사라지면서 재훈이 답장이 왔다.
이재훈🎯 오~둘이 지금 은파간거?
김은지🎀 응 지금 막 와서 걷는중ㅎㅎㅎ
심심하면 놀러오셈~~
신예지🎉 놀러오셈~~
이재훈🎯 미안…오늘은 바쁘다오…
신예지🎉 승호도 카톡 봤으면 놀러오셈~~
나🎲 미안…바쁘다오…
김은지🎀 바쁘긴 겜돌이가 집에만 있는거자나 예지가 나오라면 나와!!(화남)
나🎲 😲 (놀람)
김은지🎀 재훈이는 많이 바빠??아쉽네…
은지는 재훈이와 나를 차별해도 너무 차별한다. ‘이건 너무 티나는거 아냐? 이 정도면 재훈이도 느꼈을 텐데 설마 모르진 않겠지?’ 나는 속으로 재훈이는 모를 것이라고 생각을 마무리 짓고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뭐 할 것도 없으니까…게임도 재미없고…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데 생각해보니 주머니에 돈이 없었다. 그저께 돌아온 익숙한 감각때문에 게임을 하나 지르고 말았다. 이번 게임은 지난번에 산 게임과 다르게 오픈 월드는 아니지만 스토리가 매우 탄탄하다. 원작자체가 게임인데 그럼에도 너무 인기가 많아 드라마로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돌아다니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렇다 지금 난 무일푼이다. 집에서 은파까지는 먼데 언제 걸어가나 생각이 들었다. 만약 게임을 안샀다면 편하게 은파까지 왔다갔다 그리고 밥에 커피에…많은 것을 할 수 있는데…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밖에 나와 막상 공기를 마시니 마음이 상쾌해졌다. ‘뭐 은파에 예지하고 은지를 만나서 놀려고 가는것도 아니니까. 간김에 쓰레기 좀 줍고 오지뭐.’ 속으로 생각하면서 다시 집에 들어가 쓰레기봉투 하나를 챙겼다. 그리고 크게 “아자!”하고 외쳤다.
밖을 나와 걷다보니 은지가 보낸 사진이 생각났다. 오늘 내가 보고 있는 군산 풍경이 은지가 보낸 사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름다워보였다. 게임에서 나오는 절경에 비하면 한낯 부족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리고 이제는 졸업해서 더이상 보기 힘들겠지만 봄만 되면 서흥중학교를 빙 둘러 벚꽃이 장난 아니게 피어있다. 학교를 지나가면서 추억하니 너무 아쉬웠다. 재훈, 예지, 은지를 좀 더 일찍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지금처럼 맨날 게임 안하고 밖을 많이 돌아다녔을 텐데… 지금까지 게임만 한 내 자신에게 갑자기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을 거지만 좀 알차게 지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번 재훈이하고 같이 게임할 때는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생각하는건 기승전 게임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예술의전당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아들 어디 갔어?”
“응? 잠깐 왜?”
“아니 밖에 나간거 같아서”
“엄마 집에 왔어? 잠깐 산책 나왔어. 금방 갈게”
“엄마는 아직 밖이고 그럼 들어 올 때 콩나물 좀 사와 아들”
“나 돈이 없는데?”
“콩나물 살 돈도 없어? 이휴… 용돈겸 보내 테니까 천천히 좀 써 알았지?”
“넵 알겠습니다.”
아빠가 그러셨다. 밖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돈은 조금이라도 들고 다니라고. 뜻밖에 횡재를 했다는 생각과 콩나물을 꼭 잊지 말자고 되뇌었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나간걸 어떻게 알았지?’라는 의문이 남았다. 정말 집에 cctv가 있나?
10. 승호
오랜만에 몇 일 동안 게임만 했다. 익숙한 감각이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저녁 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다시 게임을 하다 늦은 점심을 먹고 게임을 하다 저녁을 먹으면서 밀린 웹툰과 만화를 봤다. 그리고 야식을 먹고 다시 밤을 샜다.
요 며칠 동안 우리들은 카톡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군산 공항에서 시위를 하는 날짜가 잡히지 않다보니 대화도 점점 뜸해졌다. 그 뜸해진 연락도 거의 대부분이 은지가 보내는 카톡과 사진이었다. 매일 카페에 가는지 음료와 디저트 찍은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가끔 예쁜 풍경사진을 보냈다. 대부분 예지가 답을 해줬지만 재훈이도 마음을 좀 열었는지 답을 보내왔다. 나만 답이 없었다. 그새 옛날로 돌아 간거 같았지만 전과는 좀 달랐다. 옛날만큼 게임 하는게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전에는 이렇게 게임하는것이 질리지 않고 재밌었다. 그래서 방학만 되면 게임을 몇개 미리 구입하고 방학이 끝날 때 까지 했다. 이제는 그렇게 못할듯 했다. 나도 모르게 휴대폰에서 울리는 카톡 소리에 반응을 하고 정지화면을 만든 뒤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엄마가 보낸 메세지인걸 확인하곤 빠르게 휴대폰을 옆에 던졌다. 그리곤 찜찜하여 다시 집었다. 엄마는 어떻게 알았는지 밥은 먹고 게임 하라는 메세지가 왔다. 가끔 보면 나 몰래 집에 cctv 같은걸 설치 했나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지도 않고 알지?
게임도 더 이상 재미가 없어 중간 세이브를 하고 껐다. 지금까지 플레이 한것을 저장하지 말까 생각했다가 그래도 뭔가 아까워 저장은 했다. 역시 난 아직 완전히 변하지 않았나 보다. 그리고 정말 엄마 메세지 대로 갑자기 배가 고파 엄마가 만들어 놓은 김밥을 먹기 위해 주방으로 갔다. 휴대폰을 보면서 김밥을 먹는데 은지가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은 은파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예지와 함께 갔는지 오늘은 사진에 둘이 나왔다. 카톡 숫자가 하나가 사라지면서 재훈이 답장이 왔다.
이재훈🎯 오~둘이 지금 은파간거?
김은지🎀 응 지금 막 와서 걷는중ㅎㅎㅎ
심심하면 놀러오셈~~
신예지🎉 놀러오셈~~
이재훈🎯 미안…오늘은 바쁘다오…
신예지🎉 승호도 카톡 봤으면 놀러오셈~~
나🎲 미안…바쁘다오…
김은지🎀 바쁘긴 겜돌이가 집에만 있는거자나 예지가 나오라면 나와!!(화남)
나🎲 😲 (놀람)
김은지🎀 재훈이는 많이 바빠??아쉽네…
은지는 재훈이와 나를 차별해도 너무 차별한다. ‘이건 너무 티나는거 아냐? 이 정도면 재훈이도 느꼈을 텐데 설마 모르진 않겠지?’ 나는 속으로 재훈이는 모를 것이라고 생각을 마무리 짓고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뭐 할 것도 없으니까…게임도 재미없고…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데 생각해보니 주머니에 돈이 없었다. 그저께 돌아온 익숙한 감각때문에 게임을 하나 지르고 말았다. 이번 게임은 지난번에 산 게임과 다르게 오픈 월드는 아니지만 스토리가 매우 탄탄하다. 원작자체가 게임인데 그럼에도 너무 인기가 많아 드라마로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돌아다니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렇다 지금 난 무일푼이다. 집에서 은파까지는 먼데 언제 걸어가나 생각이 들었다. 만약 게임을 안샀다면 편하게 은파까지 왔다갔다 그리고 밥에 커피에…많은 것을 할 수 있는데…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밖에 나와 막상 공기를 마시니 마음이 상쾌해졌다. ‘뭐 은파에 예지하고 은지를 만나서 놀려고 가는것도 아니니까. 간김에 쓰레기 좀 줍고 오지뭐.’ 속으로 생각하면서 다시 집에 들어가 쓰레기봉투 하나를 챙겼다. 그리고 크게 “아자!”하고 외쳤다.
밖을 나와 걷다보니 은지가 보낸 사진이 생각났다. 오늘 내가 보고 있는 군산 풍경이 은지가 보낸 사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름다워보였다. 게임에서 나오는 절경에 비하면 한낯 부족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리고 이제는 졸업해서 더이상 보기 힘들겠지만 봄만 되면 서흥중학교를 빙 둘러 벚꽃이 장난 아니게 피어있다. 학교를 지나가면서 추억하니 너무 아쉬웠다. 재훈, 예지, 은지를 좀 더 일찍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지금처럼 맨날 게임 안하고 밖을 많이 돌아다녔을 텐데… 지금까지 게임만 한 내 자신에게 갑자기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을 거지만 좀 알차게 지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번 재훈이하고 같이 게임할 때는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생각하는건 기승전 게임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예술의전당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아들 어디 갔어?”
“응? 잠깐 왜?”
“아니 밖에 나간거 같아서”
“엄마 집에 왔어? 잠깐 산책 나왔어. 금방 갈게”
“엄마는 아직 밖이고 그럼 들어 올 때 콩나물 좀 사와 아들”
“나 돈이 없는데?”
“콩나물 살 돈도 없어? 이휴… 용돈겸 보내 테니까 천천히 좀 써 알았지?”
“넵 알겠습니다.”
아빠가 그러셨다. 밖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돈은 조금이라도 들고 다니라고. 뜻밖에 횡재를 했다는 생각과 콩나물을 꼭 잊지 말자고 되뇌었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나간걸 어떻게 알았지?’라는 의문이 남았다. 정말 집에 cctv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