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태희
오랜만에 만난 언니 오빠들은 변함이 없었다. 고등학교에 벌써 적응 했는지 서로 학교생활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일단 우리의 단점을 보완시키기 위해 기존에 했던 곡을 다시 반복해서 연습을 했다. 재훈 오빠는 음악을 시작하면 평소와 다르게 진지해졌다. 승호 오빠가 자주 실수를 하는데 실수를 귀신같이 알아내 잡아 낼때 까지 개인 반복을 시키고 넘어간다. 그렇게 되면 남은 멤버들은 잠깐 붕 뜨는데 그럴때가 되면 여자들의 수다가 시작된다.
오늘의 주제는 은지 언니의 연애 이야기 업데이트다. 은지 언니는 재훈 오빠와 결국 사귀기로 했다고 한다. 일단 어디까지 했는지 궁금했다. 내가 조심스럽게 ‘손 잡았어요?’ 라고 물어보자 언니는 나를 무슨 외계인 보듯 처다본 뒤 당연하지 라고 말하고 손 정도는 사귀고 첫날부터고 스킨쉽은 그 이상했지 라며 부끄럽다는 말투로 태희는 순진하구나 라고 답했다.
은지 언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재훈 오빠와 함께한 시간이 행복해 보였다. 아직 초반이라 뭔들 다 좋을거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은지언니가 재훈 오빠를 많이 좋아하는 구나..하고 느껴졌다. 그렇게 다음 타자로 예지 언니에게 시선이 갔다. 예지언니는 갑자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난..없지 하고 답했다. 은지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도 없냐며 음흉한 시선을 보냈는데 예지 언니는 한번 째려보곤 갑자기 학교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는 갑자기? 하고 말했지만 자연스럽게 이야기 흐름은 학교 이야기로 넘어갔다.
각자의 학교 이야기를 나누고 이제 나에게 시선이 다가왔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실 요즘 고민이 있어요..”
이 한마디에 두 언니는 깜짝 놀라며 내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듣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3학년으로 올라오면서 다행이었던건 2학년때 친했던 가영이와 같은 반이 되서였다. 새로운 친구들도 있지만 성격상 친해지려면 오래 걸리고 한명하고만 친하게 지내다보니 가영이와 다른반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반 발표를 하는 날 내가 속한 반보다 가영이 반을 가장 먼저 찾았다. 그리고 내가 있는지 찾았다. 그리곤 같은 반에 있는 나를 발견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가영이에게 전화를 하려는 찰나 가영이에게 먼저 전화가 와 너무 기뻤다. 그리고 올해 우리의 운에 대해 말하며 한 해도 잘부탁한다느니 등교는 몇시에 할꺼냐니 남자친구 사귀지 말라니 별에별 얘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우리의 학교생활은 우리 둘로 가득 채워 나갈 생각에 설레고 행복에 젖어 있었다.
3월 2일 등교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고 가영이에게 전화해 함께 등교를 했다. 자리를 바꾸겠지만 일단 함께 앞쪽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처음 본 친구들도 있지만 학교를 3년째 다니다보면 왠만하면 누가 누군지 대충 알게 된다. 반을 쭉 훌어 보며 1년을 함께 지낼 친구들을 봤다. 인싸 애들이 몇 명 보이긴 했지만 무난한 한해를 보낼거 같다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그리고 자리 배치에도 운이 따라왔다. 가영이가 바로 뒷자리에 앉게됐다. 내 짝궁도 크게 눈에 띄진 않지만 조용한 애로 알고있다.
그렇게 운이 가득한 일주일이 지나갔다. 그런데 이 운 안에 불순물이 끼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가영이와 점심을 먹는데 울상이 되어 말을 했다. 선생님께서 교무실로 호출하시더니 자기 옆에 앉은 친구를 짝궁일 동안만 좀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가영이 짝궁은 평소 큰문제는 없는데 지체장애의 경계선에 있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 할 수 있는데 친구니까 옆에서 도와주라고 했다. 대신 생활기록부와 봉사점수를 주시겠다고 했다. 선생님이 하는 말이니까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했고 지금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짝궁을 도와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전보다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없고 이야기를 나눠도 짝궁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이야기가 전체의 7할은 차지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있는데도 d-day를 만들어 놓고 처음으로 자리 바꾸는 날을 기다렸다.
이야기를 들은 언니들은 "우리 태희가 고생이 많네" 라며 나를 위로해줬다. 재훈 오빠의 강의도 슬슬 끝나가는거 같아 여자들의 수다는 여기서 끝이 났다. 재훈 오빠가 슬쩍 우리쪽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합주 연습을 했다. 수다도 떨고 연습도 하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오늘은 시험도 끝난 첫 주고 오랜만에 만나 연습도 하고 해서 다같이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저녁 먹고 다음에는 빠르게 헤어졌다. 늦은 밤은 아니지만 예지 언니와 은지 언니는 언제 들어오냐고 부모님의 전화가 불이 났다. 거꾸로 승호 오빠와 재훈 오빠는 휴대전화는 시계의 역활 외에는 전혀 쓸모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나도 슬슬 부모님께서 걱정스러운지 연락이 와 집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만나 연습한 하루도 즐거웠다.
오랜만에 가영이와 함께 등교를 했다. 아침 잠이 많은 가영이는 늦게 출발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등교시간이 달라졌다. 그런데 오늘은 바로 D-day기 때문에 함께 등교를 하기로 했다. 확률상 둘이 함게 앉지는 못하더라도 지금과 같지만 않으면 되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행복을 점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자리를 바꾸는 시간이 왔다. 우리의 운명은 박스 안에 들어있는 종이의 숫자에 걸려있다는게 우습지만 두 달이 걸려있다. 시험 보고 방학에 들어가면 한 학기가 끝난다. 중3 마지막 여름이 저 박스 안에 들어있다.
2. 태희
오랜만에 만난 언니 오빠들은 변함이 없었다. 고등학교에 벌써 적응 했는지 서로 학교생활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일단 우리의 단점을 보완시키기 위해 기존에 했던 곡을 다시 반복해서 연습을 했다. 재훈 오빠는 음악을 시작하면 평소와 다르게 진지해졌다. 승호 오빠가 자주 실수를 하는데 실수를 귀신같이 알아내 잡아 낼때 까지 개인 반복을 시키고 넘어간다. 그렇게 되면 남은 멤버들은 잠깐 붕 뜨는데 그럴때가 되면 여자들의 수다가 시작된다.
오늘의 주제는 은지 언니의 연애 이야기 업데이트다. 은지 언니는 재훈 오빠와 결국 사귀기로 했다고 한다. 일단 어디까지 했는지 궁금했다. 내가 조심스럽게 ‘손 잡았어요?’ 라고 물어보자 언니는 나를 무슨 외계인 보듯 처다본 뒤 당연하지 라고 말하고 손 정도는 사귀고 첫날부터고 스킨쉽은 그 이상했지 라며 부끄럽다는 말투로 태희는 순진하구나 라고 답했다.
은지 언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재훈 오빠와 함께한 시간이 행복해 보였다. 아직 초반이라 뭔들 다 좋을거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은지언니가 재훈 오빠를 많이 좋아하는 구나..하고 느껴졌다. 그렇게 다음 타자로 예지 언니에게 시선이 갔다. 예지언니는 갑자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난..없지 하고 답했다. 은지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도 없냐며 음흉한 시선을 보냈는데 예지 언니는 한번 째려보곤 갑자기 학교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는 갑자기? 하고 말했지만 자연스럽게 이야기 흐름은 학교 이야기로 넘어갔다.
각자의 학교 이야기를 나누고 이제 나에게 시선이 다가왔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실 요즘 고민이 있어요..”
이 한마디에 두 언니는 깜짝 놀라며 내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듣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3학년으로 올라오면서 다행이었던건 2학년때 친했던 가영이와 같은 반이 되서였다. 새로운 친구들도 있지만 성격상 친해지려면 오래 걸리고 한명하고만 친하게 지내다보니 가영이와 다른반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반 발표를 하는 날 내가 속한 반보다 가영이 반을 가장 먼저 찾았다. 그리고 내가 있는지 찾았다. 그리곤 같은 반에 있는 나를 발견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가영이에게 전화를 하려는 찰나 가영이에게 먼저 전화가 와 너무 기뻤다. 그리고 올해 우리의 운에 대해 말하며 한 해도 잘부탁한다느니 등교는 몇시에 할꺼냐니 남자친구 사귀지 말라니 별에별 얘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우리의 학교생활은 우리 둘로 가득 채워 나갈 생각에 설레고 행복에 젖어 있었다.
3월 2일 등교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고 가영이에게 전화해 함께 등교를 했다. 자리를 바꾸겠지만 일단 함께 앞쪽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처음 본 친구들도 있지만 학교를 3년째 다니다보면 왠만하면 누가 누군지 대충 알게 된다. 반을 쭉 훌어 보며 1년을 함께 지낼 친구들을 봤다. 인싸 애들이 몇 명 보이긴 했지만 무난한 한해를 보낼거 같다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그리고 자리 배치에도 운이 따라왔다. 가영이가 바로 뒷자리에 앉게됐다. 내 짝궁도 크게 눈에 띄진 않지만 조용한 애로 알고있다.
그렇게 운이 가득한 일주일이 지나갔다. 그런데 이 운 안에 불순물이 끼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가영이와 점심을 먹는데 울상이 되어 말을 했다. 선생님께서 교무실로 호출하시더니 자기 옆에 앉은 친구를 짝궁일 동안만 좀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가영이 짝궁은 평소 큰문제는 없는데 지체장애의 경계선에 있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 할 수 있는데 친구니까 옆에서 도와주라고 했다. 대신 생활기록부와 봉사점수를 주시겠다고 했다. 선생님이 하는 말이니까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했고 지금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짝궁을 도와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전보다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없고 이야기를 나눠도 짝궁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이야기가 전체의 7할은 차지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있는데도 d-day를 만들어 놓고 처음으로 자리 바꾸는 날을 기다렸다.
이야기를 들은 언니들은 "우리 태희가 고생이 많네" 라며 나를 위로해줬다. 재훈 오빠의 강의도 슬슬 끝나가는거 같아 여자들의 수다는 여기서 끝이 났다. 재훈 오빠가 슬쩍 우리쪽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합주 연습을 했다. 수다도 떨고 연습도 하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오늘은 시험도 끝난 첫 주고 오랜만에 만나 연습도 하고 해서 다같이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저녁 먹고 다음에는 빠르게 헤어졌다. 늦은 밤은 아니지만 예지 언니와 은지 언니는 언제 들어오냐고 부모님의 전화가 불이 났다. 거꾸로 승호 오빠와 재훈 오빠는 휴대전화는 시계의 역활 외에는 전혀 쓸모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나도 슬슬 부모님께서 걱정스러운지 연락이 와 집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만나 연습한 하루도 즐거웠다.
오랜만에 가영이와 함께 등교를 했다. 아침 잠이 많은 가영이는 늦게 출발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등교시간이 달라졌다. 그런데 오늘은 바로 D-day기 때문에 함께 등교를 하기로 했다. 확률상 둘이 함게 앉지는 못하더라도 지금과 같지만 않으면 되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행복을 점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자리를 바꾸는 시간이 왔다. 우리의 운명은 박스 안에 들어있는 종이의 숫자에 걸려있다는게 우습지만 두 달이 걸려있다. 시험 보고 방학에 들어가면 한 학기가 끝난다. 중3 마지막 여름이 저 박스 안에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