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걸음] chapter 17 . 재훈

군산시민연대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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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걸음] chapter 17.  재훈

 

 2년 전 이진성에게 돈을 빌렸었다. 솔직히 빌려 줄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루만에 어디서 그렇게 큰돈을 갖고 와서 나는 놀랬다. 진성이에게 너무 고마웠고 이게 진정한 친구라고 까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돈을 갚을 필요 없다면서 일단 어머니 치료가 먼저 아니겠냐며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했다. 이때 나중에 난 진성이가 나중에 이야기 하자는 말이 그런 의도가 있는지 몰랐다. 내가 너무 순수했고 우정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혀 진실을 보지 못했다.

 처음 진성이를 만난 건 중학교에 들어와 몇 주 지나고 나서였다.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내 이국적인 외모가 다른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샀고 친구도 금방 사귀게 되었다. 2교시가 끝나고 갑자기 우리반으로 진성이가 들어왔다. 그리곤 내 이름을 불렀다. “이재훈 너가 싸움 좀 한다며?” 이게 진성이와 첫 대화였다. 그렇게 점심시간에 옥상으로 올라오라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난 그말을 무시하고 학교생활을 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그때 이진성 패거리가 길을 막고는 다짜고짜 옥상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옥상문은 평소 잠궈 놓는다고 들었던거 같은데 이날은 이상하게 옥상문이 열려 있었다.

옥상에서 우리는 주먹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다음날 우린 친구가 됐다. 진성이는 친했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기가 이겼다고 말하지만 사실 내가 이겼다. 우리는 마지막까지도 그날 이야기 갖고 우려먹었다. 나이 먹어서 까지 사골처럼 우려 먹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엄마는 아빠가 미국으로 떠나고 혼자 일하면서 나를 키우다보니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만했다. 당연 아프다고 말은 안하지만 아팠을 것이다. 아직 철이 다 들지는 않았지만 그때는 더 들지 않았다. 엄마 속도 많이 썩이고 나름 엄마를 위한다고 해도 거꾸로 사고만 치게 됐다. 그래도 우리는 나름 잘 살고 있었는데 엄마가 일하다 크게 넘어져 다치게 되었다. 단순 실수로 다쳤다고 생각했는데 병문안 온 동료분께서 말하시길 직장에서 잘 못 했는데 산재처리가 안된다며 어떻게 하냐며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날 바로 엄마 직장에 가서 담당직원과 이야기를 했고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는거 같아 나도 모르게 주먹을 써서 경찰서에 가게 됐다. 법은 우리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합의금으로 300만원이 필요하게 되었고 당장 그런 돈이 나에게는 없어 진성이에게 말했더니 도와줬던 것이었다. 나는 그 직원과 합의는 했지만 엄마는 결국 직장을 잃게 되었다. 당장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보니 모아둔 돈도 많이 사용하였고 일도 쉬고 있다 보니 가장 힘든 시기를 겪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고 엄마도 많이 건강해져서 일을 찾기 시작하였고 지금까지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 계속 일하고 계신다. 하지만 이제 내가 문제였다. 엄마가 많이 좋아졌다는 말에 진성이는 잘됐다면서 이제 여유가 생겼으니 그때 빌렸던 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나는 너무 고마웠고 빌린 돈이니까 갚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한 번에 다 갚을 수는 없지만 일을 시작해서 한 달에 조금씩 갚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너무 고맙다고 다시 한번 말했다. 하지만 진성이는 괜찮다면서 갚을 필요 없고 자기가 하는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1학년 교실에 가면 자기 후배가 있는데 그 후배가 자기한테 돈을 빌려서 매달 조금씩 갚고 있으니 대신 받아서 와달라고 했다. 크게 어려운거 같지 않아 나는 수락을 했다. 하지만 내가 갚아야 할 돈과 무관하기 때문에 그 돈도 갚겠다고 말했다. 진성이도 내 고집에 지쳤는지 그럴 필요 없는데 정 그렇게 하겠다면 알겠다고 말했다. 첫 달 진성이가 말한 1학년 교실에 가서 돈을 받으려고 하는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이상하게 너무 조용하고 후배도 남학생 몇 명밖에 없었다. 두세명의 후배가 다른 학생들을 얼차렷을 시키는거 같기도 하고 괴롭히는거 같기도 한데 내가 들어가자마자 멈추곤 크게 인사를 했다. 그리곤 돈봉투를 나에게 넘겼다.

 별 의심 없이 몇 개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교실에 갔는데 그 후배 앞에 안경 쓴 후배가 학원비라면서 정말 안된다며 그 학생들에게 맞고 있었다. 들어가 내가 뭐하는 짓이냐며 크게 호통을 쳤고 후배들은 선배 ‘왜그러시냐’며 능청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곤 나에게 돈을 넘겼다. 나는 황당하여 돈을 집어 던졌고 후배들을 흠씬 두들겨 팼다. 이진성에게 가서 이게 뭐냐며 화를 냈고 그렇게 우리는 두 번째 옥상을 향해 갔다. 거기서 다시 한번 나의 일방적인 승리가 있었고 우리는 그렇게 틀어졌다. 그리곤 다음날부터 나는 나이를 속여 일용직을 시작하였고 진즉 원금을 다 갚았지만 이자를 내놓으라며 이진성의 괴롭힘을 받고 있다.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 우연히 알게된 기타로 삶을 버텨 나갔다. 저렴한 기타로 연습하다가 악기점에서 알게 된 사장님의 권유로 괜찮은 중고 기타를 싸게 구입을 했다. 그렇게 음악이라는 매일을 버틸 힘이 생겼는데 이진성이 그마저도 뺏아 갈려고 한다. 다행이 은지가 다치지 않았지만 만약 나와 더 가까워 진다면 은지도 위험해 질 것이다. 당연 승호와 예지도 포함이다. 모두 나에게 소중한 친구들이다. 힘들 때 함께 플로깅을 하면서 행복한 날을 보냈다. 승호와도 같이 게임도하고 부모님께서 만들어주신 밥도 먹으면서 이게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은근 신경써주는 예지에게도 감사하고 요즘 볼 때 가슴을 띄게 만드는 은지도 소중하다. 처음에는 말을 너무 많이 걸어 거리를 두려고 했는데 어색하게 하지 않기 위해 계속 말을 걸며 노력하는 것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가 소중해 지는데 이진성이 그 틈을 파고 들거 같아 두렵기도 하다. 오늘 벌써 은지가 위험에 처할 뻔 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기타를 찾기 위해 생각할 것도 있지만 소중한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도 생각이 든다. 힘들게 쌓아온 관계지만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너무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