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걸음] chapter 24

군산시민연대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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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예지


 팽나무 문화제 까지 앞으로 일주일! 요즘 자주 연락은 못하지만 모두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는듯하다. 은지가 지금까지 상황을 설명해줘 대충 상황은 이해했지만 승호까지 합세했으니 금방 해결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지금 나도 걱정이다. 연습도 제대로 못하고 할머니 병간호에 학원 공부까지 해야하다보니 피아노 연습할 시간이 없다. 재훈이 일도 함께 해결 했으면 하지만 엄마 아빠가 예지야 딱 일주일만 고생하자며 이번만 부탁한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두 눈을 보고 있자니 거절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할머니 병간호 하는 것이니 더 어쩔 수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조금 참으면 되지만 할머니는 지금 아니면 안되니까.. 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승호가 올려주는 편집본 연주를 보면서 우리 모두 연주 했을 때 진짜 밴드 같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간을 내서 연주 해주는 승호가 너무 고마웠다. 은지도 메시지로 너무 걱정하지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연습하라고 말해줬다. 부담갖지 말라고. 우리 첫 공연이니 오는 사람들도 큰 기대는 하지 않을거니까 괜찮다고..

 다들 나를 위해 해주는 말들이 너무 고마웠다. 솔직히 지난주부터 문화제 날 연주는 포기할 생각이었다. 학교를 졸업했다고는 하지만 매일 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잠깐 할머니 보고 다시 공부하다 집에 가면 아무도 없고.. 몇 일을 이렇게 생활하다보니 모든게 버거워 졌다. 민폐 끼치는 것 같아서 애들한테도 말하지 않았고 부모님한테도 말하지 않았고.. 당일날까지 버티다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방학동안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해보고 싶다고 했지만 솔직히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포기하고 희생해야하기 때문에..

 

 이제 정말 일주일 남았다. 지금까지 친구들과 보낸 기간이 행복했다. 플로깅 때부터 밴드 결성하고 마지막 연주하기까지. 그리고 학기 시작하면 이젠 공부만 해야한다. 이젠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서 준비를 해야한다. 방학 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결국 다 이루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친구들하고 놀고 연주하고 싶었는데 마지막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할머니가 있는 병실로 가는데 할머니가 병실 밖으로 나와있었다. “우리 손녀 왔어.” 라고 말하는데 전보다 많이 건강한 목소리라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할머니를 더 생각해야지 속으로 말하며 할머니 추우니까 들어가자 말하는데 할머니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말라고 하셨다. 그렇게 병실로 들어가 과일을 깎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내 동작을 말리며 “우리 손녀~”라고 정겨우면서도 길게 운을 땠다. 할머니는 혼자서도 괜찮으니까 들어가서 좀 쉬라고. 할게 너무 많은데 할머니때문에 이렇게 나와 있지 말라고 자기 때문에 이쁜 꽃봉우리가 피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아니야 내가 좋아서 있는거야 라고 말하며 뒤돌아 물을 따는데 갑자기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할머니 옆에서 병간호 하고 싶은데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 그리고 같이 연주하고 마지막이라 생각되는 문화제를 준비하고 싶다. 그런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할머니한테 전달 됐나 보다. 꼭꼭 숨기려했는데 할머니 눈은 못 속였나 보다. 엄마 아빠한테는 잘 숨겼는데 말이다.


“할머니 사실 말이야.. 나 지금 친구들하고 너무너무 연주 하고 싶어.. 그리고 친구 한명이 악기가 없어져서 너무 걱정되.. 할머니 아픈데.. 할머니 걱정이 더 커야하는데.. 미안해..”

“우리 손녀 걱정이 너무 많았구나. 할미는 이제 건강하니까 할미 걱정은 빼고 연주하고 친구 걱정만해. 이렇게 작은 몸으로 무슨 걱정을 그렇게 많이 했어. 어여가. 할미는 혼자서도 괜찮으니까.”

“할머니 미안해.. 나 일주일만 하고 그 뒤로는 내가 병간호 할게.”

 

 그렇게 병실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먼저 은지한테 전화하고 재훈이한테 전화했다. 하지만 재훈이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승호한테 전화하니 재훈이 집에 있다고 한다. 나도 그쪽으로 간다고 하니 여기는 자기한테 맡기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은지하고 대책 회의를 하고 있으라고 한다. 그러면 일단 은지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했다. 먼저 시급한건 재훈이 기타였다. 다른 기타로 연주하면 상관 없을 거 같지만 이진성하고의 연결고리를 끊어야만 재훈이가 자유로워질거 같았다. 문화제 날은 다른 기타로 연주하는 것까지 생각을 했다. 일단 놀자패에 기타를 빌릴 수 있을 듯 보였고 나도 피아노는 일단 빌리기로 한 상태였다. 그러면 이진성과의 관계가 어떤 상태인지 자세히 알아야 한데 돈을 빌렸고 다 갚은거 같은데 왜 계속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일단 정보를 더 모아야겠다. 이런 일 때문에 연락하기 싫었는데 지난번 학원에서 내 뒤담화를 그렇게 잘하는거 보니 정보통인거 같아 연락을 했다. 공부는 잘하는데 질 나쁜 친구들과 지낸다는 거 같았다. 뭔가 역이면 좋지 못할 거 같지만 전화를 걸기로 결정했다. 혼자 판단하면 어려울 수 있을거 같아 은지를 먼저 만나기로 결정했고 은지 집 앞으로 향했다. ‘재훈이와 아이들’에 재훈이가 빠지면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그냥 아이들이지 않나? 재훈이를 얼른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분명 우리를 위한다고 연락도 안하고 혼자 끙끙 거리고 있을 것이다. 할머니가 벌어준 일주일의 시간 잘활용해야 한다. 다함께 연주할 시간까지 생각하면 우리에겐 몇 일 남아 있지 않다. 더군다나 새로운 맴버까지 영입했는데 꼴이 말이 아니다. 선배나 되서 연습도 잘 안나가고 걱정이나 끼치고 있으니.. 양동작전으로 나가야 한다. 동시 다발적으로 끝내버리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으면 좋겠다. 친구, 연주. 여기에 할머니까지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