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와 지배자

군산시민연대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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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와 지배자


지도자 : 특정한 집단이나 사회를 앞장서 거느리고 이끄는 사람. (내 생각에는 겸손하고 섬기는 자세로 민중의 마음이 무엇인가를 헤아리고 자신의 이상과 민중의 꿈을 버무려 모든 민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애쓰는 사람.

지배자 :남을 지배하는 사람.(내 생각에는 교만하고 자만심에 가득 차 민중을 자신의 종으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행패를 부리고 제 욕심만 차리는 자.)

 

은파호수공원을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시나브로 돌며 창밖을 내다보니, 가지 끝에 매달렸던 목련 꽃은 무거운지 자꾸 땅에 떨어지고, 벚꽃은 눈송이를 뿌려 놓은 듯 흐드러지게 가지 위에 피어오른다. 우리처럼 수변을 도는 차들이 떼로 몰려들어 길이 막히는 바람에 더 돌지 못하고, 도로를 막은 경찰들의 수신호에 따라 시내로 나올 밖에.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날아가듯 돌이킬 수 없는 문재인 정부, 5년은 산기슭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은은한 향기를 풍기던 목련 꽃처럼 나가고, 조금 있으면 인수위 절차를 마치고 윤석열 정부가 눈을 어지럽히는 요란한 벚꽃처럼 들어서고야 마는,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이 봄날에, 8년 전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으로 맘을 설레던 청춘들을 실은 세월호가 침몰하고, 박근혜정부의 어처구니없는 무능한 대처로 차가운 물속에서 울부짖으며 스러져간 영혼들을 애도하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아프게 생각해 본다.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는 인수위를 꾸리자마자 전 대통령들이 군말 없이 지내온 청와대 대통령집무실을 제왕적이라는 이유로 이전을 하겠다고 선거공약에 넣었으니 실행한다는 양, 이전 검토를 신중히 하자는 주변 가신들의 건의를 묵살하고 불통의 제왕처럼 밀어붙여 용산 국방부 자리로 옮기려한다. 집권 시작 신호탄으로 유연하고 지혜로운 국정운영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총장식 외골수 결단과 상명하복식 명령으로 나라를 지배하려나 보다.

 

이번 3.10 대선은 겉으로 나타난 모습을 보면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투표에서 극적인 다수 의결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나라가 동서로 나뉘어 있고, 전라남북도가 금강으로 섬진강으로 잘려 변방의 섬에 갇힌 귀양객처럼 똘똘 뭉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경상남북도 인구수에서 밀리는 민심이 지역을 넘지 못하고, 균형발전이라는 이성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감정을 이기지 못했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망국의 지역감정은 없앨 수 없는 것인가. 그러나 어쩌랴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인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지도자에서 지배자로 변한 푸틴의 욕심이 평화를 뒤로 하고, 전쟁을 선택한 것이다.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는 둥, 독재자를 끌어내리는 어쩔 수 없는 수단이라는 등 어떤 연우로든 전쟁을 정당화할 수 없다. 평화는 평화로부터 나오고,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것은 평화를 지키겠다는 의지와 무력 수단을 택하지 않는 용기에서 나옴을 나는 안다. 비폭력이 바로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마하트마 간디가 보여주지 않았던가.

 

역사는 되돌릴 수 없고,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역사는 전진하거나 진보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발전이고 퇴보인가 그때 당시의 인간의 의식수준이 그러할 뿐이다. 역사는 때로 그 시대를 뒤집어엎는 깨친 자들과 그들을 따른 민중들이 처한 현실을 성찰하면서 들고 일어나다 가라앉다 하면서 계속 될 뿐이며, 역사가 끝날 때까지 인간이 매번 새롭게 써 나가는 것이다.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금 무엇을 하려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지난 역사를 되짚어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흥망성쇠의 길을 비슷하게 걷는다. 민심에 따라 권좌에 오른 자가 교만해져서, 민심을 망각하여, 민중을 발아래 두면 지도자가 지배자로 변해 욕심이 극에 달하고 예외 없이 망한다는 것이다. 배가 부르면 딴 짓하고 추해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의 결과를 믿을 수 없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수 백 만 명의 민중이 촛불을 들고 혁명을 일으켜 나라를 바로 세웠는데, 그 민중들이 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은 갈대라지만 이렇게 흔들릴 수도 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에 흔들리는가? 눈물겨운 빵을 먹는 처참한 민중들은 오히려 그 선택을 안했으리라 믿고 싶다. 겨우 자유와 바꾼 빵이던가? 그 빵이 얼마나 혀에 달라붙는지, 그 맛이 순풍에 돛단 듯 가는지 두고 보라. 배부르면 무엇을 갈망하고,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우리는 날마다 언론에서 인터넷에서 온갖 미디어 매체에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광경(광란의 경치. 요새는 어찌 그리 줄임말이 많은지 나도 한 번 써본다.)을 보고 있지 않은가? 머지않아 왜 빵보다 자유가 소중한지 알게 될 것이다.(정말 희한한 일이다. 그 위대한 민중이 못된 역사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할 수 있다니.)

 

이번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지도자를 뽑은 것이 아니라, 지배자를 뽑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민중들의 신음소리를 깊이 듣고, 국정에 반영하여 운영하는 공감의 지도자가 아니라 5년마다 민중들의 머리와 손발을 지배하고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며 따르라 하는 욕망의 지배자를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라의 청사진은 숫자로 나타내고, 눈앞의 표심 때문에  자신이 모은 돈도 아니고 민중이 세금으로 낸 그 돈을 생색내며 퍼주는 후보에게 박수를 치고 따르는 민중들의 몰염치와 서로 흙탕물을 뒤집어 쓴 개개인의 도덕성과 청렴성에 대한 흠집 내기와 비리폭로의 공방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주 대낮에 여당의 대표 머리를 망치로 내리치는 무법자가 있는가 하면, 단일화는 물 건너갔으며, 완주가 목표라고 꿀떡같이 약속하면서, 그 사람을 찍으면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로 그 사람과 야밤에 단일화를 단행한 후보는 무엇 하는 사람인가. 자신의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그런 사람이 정권을 넘겨받겠다고 인수위원장이 되어 다시 민중 앞에 섰다. (도대체 이런 정치가 가능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체는 무엇인가? 내가 너무 혼란스럽다.)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바꿀 수는 없다. 난파 직전의 배처럼 불안에 떨며 5년 동안 새로운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에 따라 아니 국정지배 욕망에 따라 민중들의 삶이 좌지우지 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나만의 느낌일까(제발 그랬으면 좋으련만). 민중이 투표로 합의한 ,자신이 찍었든, 찍지 않았든, 지배자이니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다 정말 숨이 막혀, 살 수 없을 때는 다시 촛불을 들더라도 말이다.(이제는 정말 숨통만 겨우 터주고 손발을 꽁꽁 묶는 그런 사람-지배자- 말고, 형편을 펴주고, 손발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그런 사람-지도자-을 기원하면서 촛불을 들어야 하리라.)

 

그러나 각자의 마음을 되돌아보고, 바꿀 수는 있다. 인수위가 움직이는 두 달 동안, 인생에 있어 정말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크게는 내 이웃과 사회와 민족을 위해서 무엇을 먼저 헤아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고, 우선순위를 매겨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 가치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 생각한 바를 어떻게 실천할지 숙고해보자. 생각해 보았다고 변화하지 않듯, 결단했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지금 당장 이 순간부터 생각하고, 고민하고, 작은 것부터 한 번에 하나씩 꾸준하게 실천하라. 다가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지도자를 뽑을 지, 지배자를 뽑을 지 잘 판단하여 투표하라. 무혈 촛불 혁명을 일으킨 위대한 민중의 마음을 잘 헤아려 따르는 지도자가 각 도와 시와 동네마다 넘치게 하라.


강태호(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