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한다.

군산시민연대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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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한다

 

살상무기 지원은 거부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 앞서, 1년 넘게 서로의 명분을 앞세우며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발언하여 국제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켜 러시아 턱 밑에서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미국의 속셈에 눈치 없이 빠져 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의 비위를 맞추려는 것인지, 아니면 전쟁하는 데 끼어들어 전쟁을 부추기고 확산시키려고 그러는지 왜 이런 발언을 하며 사사건건 안팎에서 우려와 분노를 사서 먹는지 알 수 없다. 주적이라 부르는 북한의 턱 밑에서 다른 나라에 수 십 만발의 포탄을 지원하겠다고 공식적인 창구도 아니고, 외신 기자와의 통화에서 떠벌이는 것은 격이 떨어지기도 하기만 북한의 감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여당이 자주 쓰는 전쟁을 부추기는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한 실언들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무슨 상관인가 알아서 청와대 관계자가 변명을 해 줄 터인데, 대통령이라면 국내든 국제 정세에 대해 말을 해야 하는 줄 알거나, 입이 간지러워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가 보다. 딱히 말 안 해도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말을 꺼내는 족족 더 문제만 커지는 데.)

 

인도적 지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양국의 도시가 폐허로 변하고 서로 치고 받는 군인은 물론이고, 수많은 민간인이 죽고 다치고 피난을 가야하는 생지옥의 현장에 구호물품을 보내고, 의료진을  파견하고, 복구의 손길을 보태는 것은 국제적으로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어느 한편을 지지하며 무기 공급을 하겠다는 발언은 남의 전쟁에 끼어들어 한 판 붙자는 식의 개념 없는 말이지 싶다. 이 말에 불끈한 러시아가 보복으로 북한에 살상무기를 지원하거나, 당장 러시아에 진출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숨을 죽이며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고, 퇴출시킨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러시아가 정말 꼭지가 돌아버리면 이판사판 우크라이나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을 표적 삼아 포탄을 날릴 수도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대통령 본인은 폼 나게 발언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던 본인의 말과 앞뒤가 맞지도 않는다.)

 

어떤 경우에든 전쟁은 거부한다.

전쟁은 필요악이 아니라 영구히 추방되어야 할 절대 악이다. 수많은 생명이 욕심에 찌든 지도자의 만행으로 속절없이 죽고 있지 않은가? 지구가 포화상태니 인구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자연재해든 전쟁이든 대규모 기아든 일어나(그래서 지구의 반은 굶주리고, 질병에 시달리고 죽어가고 있는가?)적정한 숫자를 맞추어야 한다는, 인구 폭발로 지구가 망한다는 위기를 조장하고, 공포를 심어 먹고 사는 연구전문가들의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하는가? 지구 위의 재화를 싹싹 긁어 부를 축적하고 떵떵거리며 살려는 자본가에게 지구가 좁은 것이지(그래서 달나라도 가고, 화성도 가려는 것인가? 참 배부른 소리한다.) 우리네 민초들은 죽지 못해 눈물로 근근이 살아가며 누더기에 맨 밥에라도 물 말아먹고, 육신을 펴고 누울 방 한 칸만 있으면 감사의 눈물을 흘릴 판이다.

 

잊을만하면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심심하면 전운이 감도는 지구위의 풍경을 조장하는 자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무기를 팔아 잇속을 채우고, 폐허를 복구한다는 명분으로 재물을 차곡차곡 쌓는 무리들은 누구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래도 한 세상 저런들 어떠하리. 나만 배부르면 그만이지 하는 맘으로 살아가는 것이 괜찮은 일인지 고민하고 각성해야 할 것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과 공생하며, 인간끼리 서로 돕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쉽게(누군가에게는 너무도 힘들고 어려워 눈물 나는) 사 먹을 수 있는 빵이 내 입으로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라. 밀을 지을 땅과 밀을 키울 물과 농부의 손길, 추수하는 농기계, 가공하는 제분소, 밀을 나르는 트럭, 다량으로 빵을 찍어내는 공장 노동자 또는 손수 반죽을 비벼 만드는 제빵사, 신흥직업으로 떠오른 배달의 기수 그리고 무언가 일울 해서 번 돈으로 빵을 사먹는 나. 나 혼자 가능한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이 우리 민중을 거부하니, 우리 민중은 윤석열 정권을 거부한다.

도대체 부를 대물림 받은 사람이나 신흥 재벌(특히 각종 특혜를 받는 1인 기업사장인 국회의원나리)들은 남이 좀 기 펴고 살려는 꼴을 보지 못한다. 지가 못나서, 노력하지 않아서 성실하지 못해서,  지금처럼 살고 있는 것이지 누굴 탓하고, 무임승차하려 하냐며 악다구니를 쓴다. 지가 의원이 된 것은 이런 사람들이 한 가닥 희망을 걸며 눈물로 찍은 한 표 덕분이라는 것을 당선만 되면 까맣게 잊는다. 처음부터 자신이 권력과 부를 가진 것처럼 생각하며 민중들을 깔보는 것이다. 참으로 처참한 일이다. 이렇게 당하는 데도 다시 선거 때가 되면 넙죽 엎드리며 잘 해보겠다고 손을 비비면 또 찍어준다. 수백만 촛불이 들고 일어나 정권을 갈아엎어도 사람만 바뀌지 달라지는 것은 없다. 기간이 너무 짧아서 그런지 아니면 할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런지 아니면 준비 없이 엉겁결에 되어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윤석열 정권은 무엇인가 제대로(?) 한다. 청와대 주변을 검찰 가신으로 두르고, 여당은 철밥통이 되어 끽 소리도 못한다. 민중의 소리에는 귀를 닫고, 법률안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벌은 규제를 완화해주고, 일제침략에 멍들은 민중들의 보상은 일본 대신 해준다. 이런 완장차고 으스대는 반장이 따로  없다. 국가대사를 소꿉장난 하듯 손으로 주무르고, 툭하면 삐치고,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한다. 꿈에 그리던 정권을 손에 쥔 여당 가신들은 검찰가신들과 청와대 가신들에 밀려 천덕꾸러기가 되어 변명하기 바쁘고, 누구하나 충언하는 자가 없고, 저 잘났다고 여기저기 자신의 표밭만 돌아다니며 망발하는 자만 가득하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야당이든 여당이든 욕을 먹든 말든 관심이 없고, 내년 총선에서 저만 붙으면 또 4년은 거저먹는다는 심보만 그득 하니, 나라가 총체적으로 이렇게 망가지고 허물어지는 것이 아니냐. 민생법안이든 복지법안이든 행복법안(이런 것을 만들 생각은 있는지 모르겠지만)이든 통과되면 뭣하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도루묵인데.

 

윤석열 정권이 정치인들이 우리 민중을 거부하니, 우리 민중은 그들을 거부한다. 이래야 공평하지 않은가. 민중이 동네북인가. 이리하면 퍽, 여차하면 빡 두드려 맞는. 왜 민중만 가지고 그러는가. 헛배 빠지게 돈 벌어 세금 내라면 내고, 나라에서 민중에게 줄 국민연금이 모자란다고 좀 참으라면 참고, 전기세든 건강보험이든 올리면 올리는 대로 내고, 물가가 오르면 오르는 대로 허리띠 졸라매고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사는 심정을 몰라도 이렇게 모르는가? 거창하게 횟집에서 밥 먹고 술 먹으면 다인가? (옛날에는 백성이 배를 곯으면 임금은 몇날 며칠 곡기를 끊고, 가신들은 궁궐을 떠나지 않고, 불을 밝혀 민생을 살리는 방도를 구하려 날밤을 샌다는데. 참 태평하기도 하여라. )


기억상실과 고정관념, 독선과 아집을 거부한다.

문제는 우리 민중이 너무 빨리 용서하고 잊어버린다는 것, 늘 새로운 각오-늘 이번 한번만 밀어달라는-로 이야기하는 정치인들을 믿는다는 것이다.(모르고 속는 것은 그렇다 치고, 알면서 속아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다음번에는 내가 찍나봐라 더러운 작자들 하면서도 선거철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어쩔 수 없잖아. 저 사람이 되면 큰일이지, 똑같은 자들이지만 저 자가 그나마 낫지. )

 

민중을 진심으로 섬기며, 민중의 편에서 든든하게 싸워 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보고자 정치를 준비한다 해도 비빌 언덕이 있나, 말로는 불세출(?)의 인물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실제 어느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는다.(자신의 지역구에 나오는 폼 새면 금방 적으로 돌변하여 서로 헐뜯고 난리요,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싶지만 잘난 사람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간다.)

 

이러면 어떨까? 새로운 정당을 만들지 말고 새로운 투표참여전략을 구사하자. 이번만 속고 투표해보자는 생각을 버리고, 대안이 없지 않나 하며 찍지 말자 .이번에는 기필코 투표하지 말고, 내 소중한 한 표를 당선에 관계없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투표하자. 그리하여 어차피 당선자들의 놀음으로 판을 치는 세상에서 한 줄기 빛을 비추는 심정으로 자신의 길을 가보자. 이런 사람이 하나 둘 늘 때마다 그들이 설 자리는 좁아질 것이다. 끈질기게 대를 이어가며 걸어가자. 인류가 탄생한 이후 수 십 만년 동안 생존을 위해 싸워 왔던 끈질김으로, “인간이 강하고, 똑똑해서 생존해 온 것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해서 생존해 온 것이다”라고 찰스 다윈이 말한 것처럼 스스로를 변화시켜 보자. 막혀 있는 고정관념과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 다양성을 인정하고, 가난하고 병들고 약하고 변두리로 내몰리고 있는 사람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살아보자. 이래도 안 되면 어쩌겠느냐. 그들이 눈멀고 귀가 막혀 모르나니 불쌍히 여기고  돌아설 때까지 끈질김으로 기다리며 기도할 밖에.

 

달콤하고 편안한 길을 거부하고, 입에는 쓰나 몸에는 유익한 불편한 길을 우직하게 걸어 가보라. 처음부터 잘 할 수 없고, 쉽게 배우는 법은 없나니, 어렵게 배워 갈고 닦아 쉽게 쓰리라 마음먹으라. 다가오는 고난과 역경을 온몸으로 받아치며 나아갈 때 선물처럼 자유와 평화와 기쁨이 가슴 벅차게 몰려올지니. 누가 아는가? 이런 하찮은 방식과 태도가 행복한 삶의 비밀을 여는 열쇠일지. 짧은 시 한 토막.

 

나는 거부한다

 

나는 나의 고정관념과 편견과 독선과 아집을 거부한다.

나는 대통령의 아무 말 잔치를 거부한다.

나는 국회의원의 기억력 상실을 거부한다.

나는 재벌들의 폭압적 노동 요구를 거부한다.

나는 검사의 차별적 수사를 거부한다.

나는 판사의 독선적 판결을 거부한다.

나는 고급공무원의 철밥통 태도를 거부한다.

“나는 거부한다.”는 말을 거부하고, “민중의 이름으로 고발한다.”로 바꾼다.

 

강태호(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