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군산시민연대
2023-09-01
조회수 215


직무유기

 

*직무유기(職務遺棄): 직책이나 직업상에서 맡은 사무를 책임지지 않고 내다 버림.

*직무유기죄(職務遺棄罪):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 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하지 않고 내버려둠으로써 성립되는 죄.


 엄청난 비가 온 나라에 쏟아졌다. 1년에 내릴 비가 단 며칠 만에 쏟아졌으니 인간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으리라. 이 와중에 오성지하터널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그런데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직무유기다. 나포에 있는 우리 집도 바깥에서 들이치는 비를 견딜 수 없어 안쪽 계단으로 비가 줄줄 새고, 말려 두었던 가시오가피 열매와 대추가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피고 말았다.(짱짱하게 말려서 갈무리하지 못한 게으름 때문에 이리 되었으니 나 또한 직무유기다) 아무리 긴 장마도 옷 말릴 틈은 준다고 한 이틀 햇볕이 쨍쨍 할 때 털어서 말렸지만, 내다 팔기는커녕 나누어 먹기도 어려울 듯하다. 결국 다 내다버리고 말았다.

 

 물은 인간을 살리는 생명수다. 하지만 그 물이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기상이변이 생기면 살생수가 되어 인간을 덮치고 만다. 폭우가 지나갔다고 손 놓지 말고, 미리 대비해 철저하게 보완해야 한다. 후속작업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다. (제발 대충대충 눈 가리며 아웅 하지 말고)매년 비슷한 장소에서, 상황에서 똑같은 사고로 사람을 잃지 말자.

 

 비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비를 피하는 방법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다. 가급적 극한 폭우가 내리면 차를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계곡 근처에는 가지 않는 것이고, 바퀴가 반쯤 잠기기 시작하면 얼른 높은 지대에 놓아두고, 차가 물에 잠겨 나가지 않으면 차를 버려두고 몸만 빠져 나와야 한다. 옹벽 근처나 기울어진 담벼락, 산사태 일어나기 쉬운 곳은 가지 말아야 하고, 물이 제방이나 다리 위로 범람하면 바로 대피해야 한다. 재난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래도 피해가 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지 싶다. 최대한 피해가 줄어들기를 기도할 뿐.

 

 비 그치니 폭염이다. 연일 폭염으로 인해 2023년 잼버리 최대인원 참여국 영국, 미국 등 스카우트 단이 캠프를 떠나고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주최측은 아직 견딜만하다고 계속 버티다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한다고 하자 결국 철수한다. (태풍 예보에는 귀를 열고, 땡볕에 쓰러지는 사람들의 신음소리는 잘 들리지 않나 보다. 태풍이라고 하니 이참에 철수명분도 세우고, 다행이다 싶어서 그러는 것인지 모르지만) 정신력이면 뭐든 되는가? 어느 정도 기본기가 갖추어져(기본적인 체력, 언제든 사용할 기술, 기회를 기다리는 끈기, 웬만한 고통은 참아내는 인내) 있어야 버티든 뭐든 하지 않겠는가? 나이가 어리고 덩치(체구)만 컸지, 힘을 제대로(체력) 쓰지 못한다. 텐트 치는 기술뿐 아니라 생존기술(힘들면 정신력으로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건의하는 용기)을 어느 정도 갖추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웬만한 고통이어야지 이 폭염을 어찌 정신력으로 버티라 하는가? 예비비 사용하여 냉장시설, 냉동탑차를 무제한 공급한다고 되는가? 하늘에서 내리 쬐는 폭염을 돈을 쓴다고 저지할 수 있는가?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이 우선이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야 해결될 터이다. 잼버리 대원들은 심각한 상황이 갑자기 닥치면 얼마나 냉정하고 신속하게  그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느냐 하는 순발력을 기르는 방법을 배워하는 것이 아니더냐.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오면 파도를 타고 너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얼른 대피해야하는 것이다. 생명을 담보로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 아니다.(영화를 보면 때로 주인공이 그런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따라하지 말라.)선택과 결단은 스스로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살리는데 있는 것이지, 모험을 감행하여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견디어낸  몇몇의 영웅처럼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폭염에 대피하는 평범한 사람이지, 영화 속의 영웅이 아니다.

 

 한반도를 관통한다는 태풍 때문에 모두 철수하여(돈 썼으니 걱정 말라고. 견딜 수 있다고 부추기는 사람들 때문에 태풍이 아니었으면 꿈도 못 꾸었을) 그나마 케이팝 공연에 만족하며 돌아갔다니 다행이지 싶다. 이제 끝나니 진상 조사한다는 둥,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둥 하지만 흐지부지 끝날 것이다. 왜냐고? 민중을 제외한 그들은 자신의 밥줄 챙기는 데는 도사이기 때문이다. 철저히 진상을 밝히지 않는다면 이 또한 직무유기다.

 

 돈봉투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가 있는 현직 의원이 구속되면서 현직 야당의원들의 실명을 보도하며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강물은 조용히 흘러가는 듯이 보이지만 물밑의 흐름은 빠르고, 온갖 생명체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야말로 혼돈의 현장이다. 국회의사당 자리에 앉아 민중을 위한 법을 만든다며 의사봉만 두드리는 것 같지만 그 속내는 알 수 없이 복잡하다. 어디 지금 한 번의 일이겠는가? 재수 없어서 터진 일이겠는가? 사실이 밝혀지면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의원에 대한 금품사실 여부도 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민중에게 밝혀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니 버티자 거나, 다른 사건으로 물타기 하려는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 한 번이라도 좀 제대로 조사받고, 진실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면 안 되는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진흙탕 속, 그 권력의 자리가 그다지도 탐이 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기업하는 것이 낫고, 좋은 세상 만들려 한다면 시민사회단체가 낫지 싶다. 이도 저도 아니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보호하려고 기어이 법을 만들거나, 또는 자신을 뽑아준  한 동네의 권력자로서 우세를 떨기 위해서-대장 노릇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좀 더 크게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인가. 그런데도 우리는 돈을 많이 벌려고 한다.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방팔방에서 불안하다고 말하기 때문에 불안하다. 민중을 불안하게 하는 그들은 민중을 편안하게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행안부장관은 대한민국 민중의 안전을 책임진다. 치안의 부재로 백오십 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골목길 참사에 마땅히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거늘 버팅기다 결국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하나,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은 부당하다하여 부활한다. 탄핵까지 가는 장관이나 심판하는 법관이나 인간에 대한 예의가 눈곱만큼도 없나보다. 그들에게는 가족도 친구도 없나보다. 아니 참사에 희생된 사람 중에 그들과 관련된 사람이 없나보다. 제 자식이 죽었다면 가만있었겠는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힌다. 대통령은 한미일 삼자회담 갔다 오더니, 열띤 목소리로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대비한다고 한미연합훈련에 핵무기 대비 훈련을 포함 하지를 않나, 법과 질서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가겠는가. 치안을 믿을 수도, 법을 믿을 수도 없는데, 대통령마저 불안을 조장하니 이 또한 지도자들의 직무유기다.


 아직도 문재인 정부 헐뜯기만 할 것인가? 무슨 일이 터지면 죄다 전 정부 탓만 하니 참으로 희귀하다. 상식과 자유를 외치는 사람의  사고와 행동이 아니다. 전 정부가 시행하려한 사업이나 정책(4대강보 상시개방이나 해체, 탈핵정책)은 폐기해 버린다. 민중들에게 시원하게 설명하지도 않고, 책상에 둘러 앉아 흠이 있나 없나 찾아내어 손바닥 뒤집듯이 하며, 맥없이 화난 사람마냥 남의 탓만 하니 참으로 대책이 없다. 무슨 생각으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지 묻고 싶다. 혹시 대통령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변 가신들 거느리고 대로를 활보하며 이것저것 지적하면 부리나케 시정하는 재미가 쏠쏠해서 그러는 것인지? 그렇다면 얼른 꿈에서 깨시라. 대통령직은 민중 위해 군림하는 왕이 아니다. 우리 민중이 민중을 위한 청지기가 되라고 허락한 것이다. 직무를 유기하면 보직 해임이다. 때가 찼는데도 해임시키지 않으면 민중은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

 

 신림역 묻지마 칼부림 난동으로 1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치고, 대낮 길거리에서 끌려가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끝내 죽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 불안감 해소책으로 시내 곳곳에 장갑차를 배치하고, 중무장한 경찰들이 도로를 활보하고 있다. 전쟁이라도 난 것인가? 아니면 영화촬영을 하려는 것인가? 구시대의 유물인 보이기식 행정이 아직도 남아 있는가? 민중을 바보로 아는가? 장갑차 시위가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것으로 부족하면 이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공개적으로 매질을 할 셈인가? 형량을 높인다고 범죄가 줄겠는가? 담뱃값을 높인다고 담배를 안 피우겠는가?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 볼 생각은 없는가. 그렇다고 범죄가 근절되지는 않겠지만 좀 기간을 두더라도 연구를 해보라, 제발.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직무유기다.

 

 반국가세력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아니면 자신과 사고가 다른 사람을 반국가세력이라고 하는 것인가?  자신의 사고와 다르면 적이 되고, 뿌리 뽑아야할 대상이 되는 것인가? 어느 누구도 침해하지 못할 자유와 인권,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나아가는 민주와 평화를 외치는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만약 자신의 신념이라면 매우 위험하다.) "반국가세력이 민주, 진보로 위장해 활개를 치고 있으니 발을 못 붙이게 하고, 뿌리 뽑을 것"이라는 이상한 말을 계속한다. 한 가지 이념이나 신념이나 사상을 맹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마다 다양한 세계가 있음을 인정하며 관계와 소통을 통해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닌가.

 

 선거 때가 가까워졌는가? 한반도에 갑자기 전운이 감돈다. 뜬금없이 민방공 훈련을 하고, 무기를 증강하고, 반국가세력을 척결한다고 한다. 하고 많은 직무유기에 대해서는 반성을 하지 않고 내년에 다가올 선거에서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려는 생각들만 하고 있으니 마음이 답답하다. 그들을 믿지 말자. 한 번만 더 뽑아주면 민중을 위해 뼈를 깎고, 몸을 던지겠다며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흔들리지 말자.

 

 일본이 기어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탱크에 저장된 방사성 오염수를 방류한단다. 그렇게 안전하다면 제 땅에서 논밭 갈 때 쓰면 되지 왜 바다로 내버리나. 말도 안되고 지구의 바다를 오염시키겠다는 데 다른 나라들은 왜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고 미적미적 하는가? 피해당사자인 일본 시민도 도쿄 한복판에서 반대시위를 하는데 말이다.(더 큰 석유 탱크로 옮기거나 콘크리트화 해서 100년간만 탈 없이 저장하면 방사성이 붕괴한다는 데,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 하나로 방류한다하니 사람 목숨보다 돈이 귀함을 알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직무에 충실하자. 우리의 생명과 자유와 평화를 해치려는 자에게는 맞서 싸우고,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리는 자에게는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과 연대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직무다.


강태호(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