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달인(2020년 9월)

군산시민연대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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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달인

전문가(專門家) : 특정 분야의 일을 줄곧 해 와서 그에 관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 다른 사람보다 정보를 빨리 접하고, 먼저 지식 체계를 갖춘 사람이라 풀이해본다.

달인(達人) : 널리 사물의 이치와 도리에 정통한 사람이나 특정 분야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 보통의 일이나 스포츠 등 어떤 분야에서든 기술을 연마하여,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사람이라 풀이해본다.


 코로나19 확산을 잠재우고 있는 시점에 정말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특정 종교를 비방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목회지도자라는 사람이 정부가 금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여 수백 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행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전방위적으로 확산하여 전국이 코로나19 몸살을 앓고 있다. 곧바로 질병관리본부에서는 감염예방차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고, 3단계 격상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중이라도 한다.


어떤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을 전문가라 한다.

 예전에는 마을에 촌장이 있어서 법적인 일부터 시작해 자질구레한 일까지 마을 회의를 소집하여 토론으로 해결하곤 했지만, 지금은 소가족 중심이기도 하고, 드나들 때 신분을 확인시켜주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는 아파트단지가 들어 서 있어서 소통이 더 어렵다, 그나마 시골은 덜 하지만 도시로 나가는 사람이 많아, 어른도 물어볼 사람도 많지 않다. 우리는 모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전문가라는 사람이 만든 상품으로 수십억씩 사기를 치거나, 회계 전문가라는 사람이 회사 사업주들과 한통속이 되어 수십억씩 분식 회계를 통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몰래 가져가지만 우리는 잘 모른다. 교통사고가 나도 우리는 잘 처리하지 못한다. 보험전문가인 보험설계사를 불러야 하고, 소위 합의전문가가 해결해준다. 물론 우리는 전문서비스 대가에 맞게 할증료라는 돈을 내야 한다. 우리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를 선임하거나 상담하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전문이 붙지 않으면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분야를 잘 헤아려 택해야 하고, 그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려야 한다. 그래야 소위 소문이 나고 주가가 올라간다. 선임하거나 상담하면 지인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야 한다. 그만큼 그들이 전문가가 된 공로를 쳐 주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부자가 많다.(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이 있다.)다 세상의 성공과 관련이 있다. 00전문학교, 00전문학원, 00전문병원, 00전문센터 등등. 전문가 천지다.


 그렇다면 나는 전문가들의 고객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알아보고 발품을 팔면,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자문해서 해결할 일도 많이 있는데 굳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은 자신을 스스로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한다. 말 한마디에 쩔쩔매야 하고, 일이 틀어져도 잘 알지 못하니, 항변을 못 한다. (물론 품위를 갖추고 상담자의 편에서 최선을 다하는 전문가도 많이 있다.)리차드 벅민스터 풀러라는 미래디자이너가 이런 말을 한다. “우리의 실패는 여러요인들의 결과지만 아마도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전문화가 성공의 열쇠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사회가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전문화가 포괄적인 사고를 저해한다는 사실은 인식되지 않은 채 말이다.”


목회자는 신학 전문가라 볼 수 있다.

 신학을 공부하고, 전공했으니 신에 대해서는 전문가라는 말이다.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신이 없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신학을 공부한 적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신학은 특정한 사람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종교를 선택하게 되면 그 종교에서 말하는 교리를 믿게 된다. 예배를 통하든 어떤 의식을 통하든 설교하는 지도자의 말씀을 통해 교리와 신의 존재와 신의 속성을 믿게 된다. 종교지도자는 교리와 신의 존재와 신의 속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문가가 우리는 잘 모른다고 자기 마음대로 교리를 해석하고, 신을 포장하고, 일신의 영달을 위한 길을 신의 길이라고 속인다면 그 폐해는 엄청나다 하겠다. 영혼을 구원받아, 새사람이 되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보겠다고 회당으로 모인 사람들을 벼랑으로 몰고 가는 행위이니 어찌 모른 체 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여 대규모 집회를 금지했지만, 한 기독교 목회자가 이를 묵살하고 집회를 강행하여 수백 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집회를 주도한 목사도 코로나 확진이 되어 격리되어 있지만, 말도 안 되는 말을 쏟아내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 긴박한 사태를 PD수첩에서도 방영하고, 교회 계에서는 이 목회자를 이단으로 규정하는 일을 도모하고 있다지만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그 목회자의 말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훗날 그 목회자의 행태가 백일하에 드러나 만천하에 공개되었을 때, 그들의 비통함을 어떻게 책임지려고 이렇게 목회자가 막말해대는가 말이다.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잘못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부모고, 친척이요, 이웃이요, 아는 사람이다. 한두 단계만 건너면 다 알게 된다. 대한민국 대부분 사람이 그들과 가깝게 혹은 멀게 관계를 맺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의 탓이 아니다. 우리의 탓이다. 그들에게 말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말해야 한다. 신학 전문가의 말이라고 목회자의 말이라고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엄포 놓는다고 기죽지 말고, 신학에 대해 알아도 보고, 공부도 하고, 잘 분별해서 들으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사랑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말로 사랑한다면 분노해야 한다. 우연히 접하게 된 이재철 목사의 설교 말씀 중 일부를 옮겨 본다. “사랑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이 세상의 불의와 악과 그릇된 관습과 풍조에 맞서는 것이다. 사랑이란 헛된 인내나 비굴한 복종이 아니라 정직한 미움이요, 참된 분노요, 솔직한 항거다.”


어떤 분야이든 그 분야를 통달하거나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달인이라 한다.

 한마디로 자신이 하는 일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 올린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분야가 아니다 어떤 분야든 자신이 지금 하는 분야다. (따지고 보면 자신이 하는 분야가 다 특정 분야일 수도 있겠다.)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다 쏟는 노력으로 기술을 연마하고, 능력을 키우고, 생각을 키우면 달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그냥 주어진 일을 하고, 보수를 받는 것도 하나의 길이다. 다른 하나의 길은 그 일에서 재미를 찾고, 달인의 경지까지 가보는 것이다. 하나를 통하면 만물의 이치를 깨닫는다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면서 이모저모로 방법을 바꾸기도 하고, 어차피 하는 일 신나게 한다면 보람과 기쁨, 자유로움과 행복이라는 선물을 얻을지 누가 아는가.


 TV에서 방영되던 생활 속에 달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은 겸손하기조차 하다. 정말 달인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장에서의 일이건 사무실에서의 일이건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달인이 되기까지는- 맡은 분야를 놀이처럼 유연하게, 쉽게 행하기 위해서- 그들이 보여준 훈련의 양과 기술을 다듬는 과정은 수십 년이 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하다 엄청나게 힘든 과정을 겪는다. 차츰 일머리에 눈을 뜨고, 다른 방법을 찾아내어 자신의 신체적 조건과 사고의 방향과 깊이를 일치시키면서 달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참 멋지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경지를 통해서 나오는 하나 나의 행동이 물에 미끄러지듯이, 허공을 훨훨 날듯이 부드럽고 가뿐한 것이 아름다울 정도다.


 전문가는 잘함과 못함을 은연중에 비교하는 승패의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전문가가 그 분야에서 달인이 되어 겸손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달인은 우리에게 인간의 잘함과 못함을 넘어선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반대로 달인이 자신의 재주를 믿고, 교만하여져서 타인을 무시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라는 단어 속에는 이미 전문가와 비전문가(구분이 되어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달인이라는 단어 속에는 인간이 스스로 달성하고자 한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전문가와 달인은 그야말로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모델이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인도하기도 한다. 어떤 특정한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가나 달인이 되었다 해서 탁월한 인격을 갖춘 것은 아니다. 전문가가 그 분야에서는 최고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깡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 목회자가 그러하다. 그를 따르는 교회에서는 탁월한 목회자일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인간으로서는 교양이나 언어와 사고가 너무나 유치하고 졸렬하기 조차하다. 그래도 따르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전문가의 권위에 눌린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무조건 의심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면 신뢰가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흥분해서 결정하면 후회하기 쉽다. 기분이 올라간 상태에서는 생각 없이 쉽게 결정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말을 정중하게 듣고, 그 말속에 무슨 뜻이 있는지 깊게, 다르게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그래도 늦지 않다. 믿을 수 없다면 믿지 않아야 한다. 거부하거나, 거절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관계가 깨진다면 할 수 없다. 가는 길이 다르니 함께 갈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의 말이라고 너무 혹하지 말자. 달인이 되었다고 너무 으쓱하지 말자.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된 사람은 겸손한 달인이 되어 세상에 유익했으면 좋겠다. 어떤 분야든 달인이 되어 자유로운 경지에 이른 사람은 그 체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문가처럼 체계적으로 전달하여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 전문가가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을 때. 달인이 스스로 깨우친 방법을 욕심 없이 내어놓을 때, 세상은 사랑과 평화로 채워지고, 내 마음은 자유와 행복으로 채워질 것이다.


강태호(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