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대학교 김현철 교수를 만났습니다.

군산시민연대
2021-07-05
조회수 1036

군산형일자리컨설팅사업단장, 군산대학교 김현철 교수를 만났습니다.

 

군산형일자리가 뭔가요?

 

* 학교는 이제 여름방학에 들어갈 것 같은데요. 코로나19에서 맞이한 3번째 학기는 어떠셨는지요.

 코로나는 교육 현장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데 우리 사회는 코로나가 교육에 던지는 화두를 계속 왜곡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다수가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는 이런 위기일수록 소규모 대면 수업을 통해 교육의 공백을 막는 목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동안의 대응은 오직 IT 대기업들이 외국 시스템을 팔아서 거대한 수익을 내도록 하는 데에만 예산을 투입했지요. 즉 학교 교육은 교사와 학생, 학생들 사이에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인격체로 성장하게 돕는 것이 핵심인데, 여전히 입시교육에 매몰된 가치관으로 그저 지식을 온라인으로 전달만 하면 된다는 무지한 정책으로 대응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이번 기회에 모든 교육 현장에서 수강생 규모를 20명 이내로 제한한 상태에서 대면 수업을 강행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면 교육자의 고용이 늘어나 실업의 문제도 부분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어요. 그러나 모든 투자 자금을 대기업들이 고용은 늘이지 않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만 사용한 것이지요. 대학에서 이런 왜곡이 더욱 심각했는데, 온라인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교양강의가 대형화되었요. 토론과 상호작용은 더욱 실종된 것이지요. 지난 학기에는 이를 막아보기 위해 제가 하는 모든 강의를 사전에 대면 강의로 하겠다고 공지하고, 그래도 수강하겠다는 학생만 수강신청을 받아 실제로 대면 강의를 했어요.(방역수칙은 지키면서). 교육효과도 코로나 이전과 다를 게 없이 만족스러웠어요.

 

* 군산형일자리 컨설팅을 하면서 힘든 일도 많으셨죠?

 힘들었지요(웃음). 2018년 2월 처음 군산공장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일자리를 잃을 노동자들이었요. 이미 쌍용차에서 경험한 나쁜 기억이 엄습했거든요. 결국 그해 봄에 수업 중에 졸도하여 병원 신세를 졌죠. 초기에는 군산시와 전라북도 공무원들을 이해시키는 것부터 숙제였는데, 다행히 제가 확신을 갖고 설명하면서 바로 든든한 협력자로 바뀌었죠. 진짜 어려웠던 것은 중앙정부와 평가단을 이해시키는 것이었는데 누구나 피상적으로 보면, 대기업이 버티고 있는 자동차시장에 “신생기업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이 의문을 풀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었고 그래서 더욱 힘들고 긴 시간이 필요했어요. 군산형일자리는 지엠이 문을 닫은지 꼬박 3년 만에 정부의 승인을 받았죠. 물론 다양한 노사 쟁점들을 풀어나가는 것도 복잡하고 힘들었는데 글로 공개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았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 3~4번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고.

 

* 군산형 일자리의 핵심은 뭔가요?

 군산형일자리는 현 정부가 제시한 상생형일자리가 군산에 만들어진 것으로 과거에는 기업이 자기들의 사업목표에 따라 공장을 세우고 일자리를 만들면,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거든요. 그런 일자리는 다시 기업의 전략에 따라 언제든지 노동자를 해고하고 떠나면 그만이었고, 노동자나 지역사회에 아무런 부채 의식도 없었어요. 그러나 상생형일자리는 정부가 혜택을 주는 만큼 노사상생의 정신을 담아 협약을 맺도록 하고 있어요. 물론 협약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역사회가 노사 모두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끌어안는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죠. 이에 따라 군산형일자리에서는 양대노총이 모두 참여한 상태에서 노사민정의 각 주체가 상호존중의 태도로 임하였고, 협상의 중요한 원칙이라 할 수 있는 상호 양보를 통해, 사측은 노동이사제, 우리사주제와 같은 매우 진보된 제도를 수용하였고, 대신 노동계는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약속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군산형일자리는 전기자동차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지역경제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전망예요. 24년까지 총 1,700여 개의 직접일자리와 6,800여 개의 간접일자리가 만들어질거고, 직접고용과 생산액은 과거 한국지엠 군산공장과 비교했을 때, 81%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예요. 이는 전기차의 고용유발효과가 재래식 자동차의 1/3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큰 고용효과로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수출은 옛 지엠이 수출하던 것보다 152% 수준까지 증가할 예정이예요.

 그동안 산업정책은 중앙정부가 국가산업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수립하여 대기업을 중심으로 실행해 왔으나, 군산형일자리는 지역 스스로 산업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에 크게 공헌했다는 점도 말하고 싶어요. 한국지엠이라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던 대기업이 무책임하게 떠난 자리를 친환경 전기차를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들로 채우고 전기차산업의 발전을 촉진 시키는 산업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인수한 ㈜명신, 우리나라 전기버스시장을 개척해온 에디슨모터스, 그리고 대창모터스를 비롯한 5개 기업이 참여했어요. 이 기업들을 중심으로 전기자동차 클러스터를 키워나갈 계획예요. 기업들 간에도 상호 협력이 이루어져서, ‘다니고밴’이라는 소상공인을 위한 소형전기상용차를 대창모터스가 개발했고, 이를 설비를 먼저 갖춘 명신에서 위탁생산으로 지난 6월 24일에 첫 생산차의 출고식을 했어요.

 

*지역경제와 일자리에 대해 군산시민들은 불안해 합니다. 

 군산형일자리는 단기적, 장기적 관점에서 시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 같으세요.

 에디슨모터스가 최근 90명을 채용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는데 지원자는 2000여 명이었다고 합니다. 시작부터 청년일자리를 통해 청년에게 희망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군산의 인구구성을 다시 젊게 만드는 작은 시작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지역경제의 판을 바꾸는 일로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들이기 때문에 대기업 공장에 비해 임금은 적어요. 그러나 노사가 대립적이지 않고 상생을 도모하려고 한다는 점, 원·하청기업 간에 임금격차를 축소해보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군산형일자리가 지역경제나 지역사회 전반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봐요. 특히 지금 계획대로 잘 된다면, 지역경제를 소수의 대기업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작은 기업들에게 의존하는 형태여서 일부 기업의 경영악화가 지역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게 될거라 생각해요.

 

*30년동안 군산에서 활동하시면서 가장 좋은 점과 부족한 점은 어떤 것이 있으세요?

좋은 점은 바로 사람입니다. 좋은 세상을 꿈꾸며,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오래 동안 변치 않고 어울려 왔어요. 부족한 점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나아가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으로 비전에는 반드시 이를 뒷받침할 전문적인 식견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전문적인 식견은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없어요. 단기간에 만들어진 비전은 사상누각이 되거나 자신의 이해를 챙기는 목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죠. 군산은 이런 전문가가 키워지지 않고 소모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또 이들을 인정하고 키우는 분위기가 부족한 것 같아요.

 

* 살면서 수많은 인내를 하게 되는데요. 인내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나요?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 가장 중요한 근원인 것 같습니다. 만약 지금 사는 인생이 전부라면, 누구나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려고 할 것입니다. 다행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됩니다. 둘째는 아내를 포함하여 좋은 친구들이죠. 이들은 언제나 내 편이 되어서 용기를 주기도 하고 실제로 도와주기도 해요. 이번 군산형일자리를 추진할 때도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군산형일자리 #김현철교수